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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인 제주대 교수 좌담] ˝도지사는 ´슈퍼맨´아니다…권력집중이 문제"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임교수
제주도민들의 속내, 현재를 엿보다
2018년 02월 25일 11:46:02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제주는 가까워졌다. 기자가 어린 시절, 외가가 있는 제주도는 해외나 다름없이 먼 곳이었다. 여름방학에 외갓집을 다녀오면 주변 친구들에게 비행기를 탔다고 자랑을 했다. 특별한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았다. 어머니는 심지어 고향인 제주로 신혼여행을 다녀오셨다.

지금은 다르다. 20대라면 이미 한 번쯤은 다녀온 경험이 있는,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관광지다. 심지어 어떤 이는 제주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 2018년 지금, 제주도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본지는 제주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줄 수 있는 인사를 찾아봤다.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임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적임자였다. 신구범 전 제주지사의 아들로, 부산지방법원에서 판사로 재직하다 지난 2007년 법복을 벗고 귀향한 그다. <시사오늘>은 지난 19일 경기도의 한 카페에서 신 교수를 만나 지금 제주의 현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제주도에만 적용되는 특별법이 있다. 그런데 이 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의문이다. 이건 도민의 관점이 아니라 투자자, 개발사업자의 관점이다. 여기서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시사오늘 정치부 김병묵 기자(이하 김) : ˝제주도는 한국 전체의 ‘핫 플레이스’라는 말이 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신용인 교수(이하 신) : ˝실제로 이주민이 많아졌다. 현 제주도 인구 중 이주민 비율이 약 20% 이상을 차지한다는 집계도 있다. 이주민이 제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이주민과 토착민 사이에 갈등이 심심치 않게 생겨나는 문제도 있다.˝

: ˝이주민과 토착민 사이 갈등이 제주의 가장 큰 문젠가.˝
 
: ˝그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제주는 갈등이 심한 상태다. 갈등 태반이 개발과 관련된 것들이다. 제2공항문제도 그렇고, 일명 3대 현안이라는 부동산 폭등, 쓰레기 대란, 교통체증이 다 개발로 인한 부작용이다.˝
 
: ˝개발로 인한 부작용은 다른 지역에도 있다. 혹시 제주가 급격히 발전해서 그런건가.˝
 
: ˝제주도의 공식 비전이 혹시 뭔지 아는가.˝
 
: ˝잘 모르겠다.˝
 
: ˝국제자유도시다. 제주도에만 적용되는 특별법이 있다. 그 특별법의 정식명칭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다. 제주도에 한정해서, 다른 법률에 우선해서 적용되는데 이 법은 제주도의 개발을 위해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의문이다. 법 제2조에는 국제자유도시에 대한 정의가 나와 있다. 국제자유도시란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의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이 적용되는 지역적 단위라고 한다. 이건 도민의 관점이 아니라 투자자, 개발사업자의 관점이다. 여기서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 ˝그렇다면 2006년 특별자치도가 될 때 이미 개발로 인한 갈등의 씨앗이 내재돼 있던 것 아닌지.˝
 
: ˝사실 국제자유도시는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5·16 쿠데타 이후, 박정희 대통령은 제주를 자유지역으로 만들 구상을 했다. 그게 국제자유도시의 원조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구상에는 제주의 역사나 문화, 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고찰이 없었다. 그 후 중앙 차원에선 어떻게든 제주도로 돈벌이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계속 개발을 추진해왔다. 제주개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앙정부 주도로 제주다움이 결여된 채 제주도민을 소외시키며 진행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엔 그런 식의 개발에 뿌리 깊은 불신이 있다.˝
 
: ˝특별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가.˝

   
▲ ˝제주에는 제2공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도민이 다수인 것 같기는 하다.그래도 주민동의를 조건으로 달고 발표를 한다든지, 뭔가 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주민의 참여가 완전히 배제된 채 결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특별법은 문제가 많다. 국제자유도시라는 비전 자체가 중앙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내리꽂은 것이다. 이제는 제주도민의 뜻이나 생각을 담은 정말 제주다운 새로운 비전이 제시되어야 하고 그 새로운 비전에 맞게 특별법을 대폭 손질할 필요가 있다. 제2공항문제만 해도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아마도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2공항 문제에서 지지율을 많이 까먹었을 것이다.˝
 
: ˝제2공항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려준다면.˝
 
: ˝제주에는 제2공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도민이 다수인 것 같기는 하다. 관광객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공항도 포화상태기 때문이다. 물론 필요 없다는 주장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제주가 외형적으로 성장할수록 도민의 삶의 질은 떨어지고 제주의 자연은 더욱 파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2공항이 건설되면 개발이 가속화되어 제주가 더 망가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절차라고 본다. 주민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위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한 것이 화근이었다. 기존의 중앙정부 위주 일방적 개발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물론 정부나 도에서는 투기를 막기 위해 비밀 보안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주민동의를 조건으로 달고 발표를 한다든지, 뭔가 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주민의 참여가 완전히 배제된 채 결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 ˝다수의 주민들이 필요로 했다면 도지사로서도 공항을 추진해야 했던 것 아닌가. 약간 억울할 수도 있겠다.˝
 
: ˝다수가 원하면 해야 한다는 사고는 다수의 횡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다수결 못지않게 소수의 정당한 권리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고, 민주공화국에서는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적 정당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 점에서 제2공항 추진은 결정적 하자가 있다.˝
 
: ˝제2공항은 중앙정부가 결정한 일인데 왜 도지사에게 비판이 집중되는가.˝
 
: ˝제주도에서는 도지사에게 권력이 집중된 탓에 모든 비판도 도지사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제주도에는 기초자치단체가 없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바뀌면서 기초자치단체가 다 폐지돼 도지사가 제주시장, 서귀포시장 모두 임명한다. 또 제주도에서 가장 큰 기업은 제주도다. 제주도의 보조금에 기대는 단체와 기업이 아주 많다. 그러니 모두 도지사만 바라보게 된다. 도지사가 무슨 슈퍼맨인가. 행정의 특성상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없다. 어차피 도민 전원을 만족시킬 수 없는데, 한 사람이 다 해야 하니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도지사로 권력 집중이 정말 큰 문제다.˝
 
: ˝도지사 권력 집중현상을 바꿀 대안은 존재하나.˝
 
: ˝제도적으로 권력 분산을 시키면 된다. 그래서 기초자치단체 부활의 목소리가 나온다. 풀뿌리 자치모델, 읍·면·동 단위 자치로 가자는 주장도 있다.˝
 
: ˝지방선거에선 어떤 이슈가 부각될 것 같나.˝
 
: ˝제주도의 이슈는 중앙정치와 다르다. 진보냐 보수냐 하는 것은 잘 와 닿지 않는다. 도민들은 사실 중앙 정치의 이합집산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가장 큰 이슈는 역시 개발 관련 이슈가 아닐까 싶다. 땅값이 폭등하고, 관광객이 늘어나 쓰레기는 쏟아지고 교통대란에 자연환경은 계속 파괴되는데 제주도민들의 삶의 수준은 확 높아졌는가. 그렇지 않다. 17개 광역시도 중 평균임금은 제주도가 제일 낮다. 그러다보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하는 물음표가 붙는 것이다. 도민은 그 질문에 대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대답해 왔는가, 앞으로는 어떤 해법을 제시할 것이냐를 가지고 평가할 것이다.˝

   
▲ ˝제주는 중앙정치의 소위 ‘바람’을 덜 탔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라고 본다. 제주도 안에서도 정당정치가 뿌리내리는 분위기다. 어지간한 인물 가지고는 정당 공천이 없으면 쉽지 않을 것 같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제주의 선거, 정치적 문화 하면 괸당(학맥, 지연 등이 총망라된 제주만의 인맥집단을 가리키는 ‘돌보는 무리’라는 뜻의 방언)문화가 생각난다.˝
 
: ˝제주도는 원래 좁은 동네다 보니, ‘이당, 저당 해도 괸당이 최고다’ 라는 말이 있다. 원래 어디든 선거엔 인맥이 중요하지 않나. 제주의 인맥은 혈연, 학연, 지연이 거미줄처럼 얽혀있어서 선거에서 커다란 영향을 발휘했다. 그래서 무소속이 당선되는 경향이 높았다.˝
 
: ˝지금도 무소속으로 나와도 당선가능성이 높은가.˝
 
: ˝무소속이 잘 됐던 것엔 아무래도 지리적 요인도 있었다. 중앙정치의 소위 ‘바람’을 덜 탔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라고 본다. 제주도 안에서도 정당정치가 뿌리내리는 분위기다. 어지간한 인물 가지고는 정당 공천이 없으면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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