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용 원칙에 따라 퇴사 조치? 수펙스 의장과 명예회장은?…'그때 그때 달라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서지현 검사의 '미투'(#Me Too)로 촉발된 성희롱·성추행·성폭행 등 성추문 사건이 문화예술계, 연예계, 학계, 기업 등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며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문제가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사건 발생 후 대외적 이미지 훼손 방지를 위해 덮으려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상처와 인권은 무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대표와 친분이 있어서’, ‘대외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매출에 지대한 공헌을 해서’ 등으로 요약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갔으나 파렴치한 대응을 하는 대표적인 몇몇 사건을 추려 다시 공론화 해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려 합니다. 모든 사건을 다 담지 못한 점 양해 바랍니다. 한편 2013년 6월 법령 개정으로 ‘친고죄’가 폐지돼 모든 성범죄에서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또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가해자는 그와 상관없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 의장과 SK그룹 명예회장에 이어 이번에는 SK하이닉스의 (신압)직원까지….
성추행과 성희롱 등 성범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SK그룹이 ‘액땜 굿’이라도 해야 할 지경이네요.
전 수펙스 의장은 피해자와 합의해 고소 취하로, 검찰도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각하 결정했습니다. SK그룹 명예회장은 벌금 500만원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받았죠.
이번엔 SK그룹 계열사인 SK하이닉스에서 신입 연수 과정 중에 성희롱 사건으로 신입사원 2명 등 총 3명이 즉각 퇴사처리 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성범죄에 대한 발빠른 조치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취업난에 어렵게 들어온 대기업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퇴사당해 안타까운 마음도 드네요.
문제는 형평성인데요. 최고 간부는 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신입사원을 비롯한 직위가 없는 직원은 퇴사를 받았다는 것인데요.
이번 SK하이닉스 사건을 살펴볼까요.
사건은 지난 1월 연수원에서 신입사원 교육 중 각 조별로 진행하는 게임인 ‘캐치마인드’(Catch Mind)에서 벌어졌습니다. 캐치마인드는 출제자가 그림으로 특정 단어를 묘사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그 그림을 보고 어떤 단어인지 맞추는 일종의 그림 연상 게임입니다.
문제가 된 출제 그림은 ‘대물렌즈’(大物렌즈, Objective Lens)와 ‘젖산’(lactic acid) 인데요.
어떤 사건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대물렌즈 사건은 이렇습니다. 출제자가 ‘대물렌즈’를 출제하자 신입사원이 그림판에 남성의 거대한 성기 그림에 길이 30cm 글과 안경의 렌즈를 그렸습니다. 이것이 무대 중앙의 대형 스크린에 비춰졌다고 하네요. 대물(大物)은 거대한 남성의 성기를 뜻하는 비속어죠.
이어 두 번째 문제인 젖산은 여성의 가슴과 산을 뜻하는 삼각형 그림을 그렸습니다.
대물렌즈는 망원경이나 현미경 등의 광학기계에서 물체에 가까운 쪽에 있는 렌즈를 뜻하며, 젖산은 체내에서 글리코겐이 에너지원으로 쓰일 경우 발생하는 유기화합물이죠.
이날 강당에는 약 3000명의 남녀직원이 있었답니다. 이는 곧 성희롱 논란으로 불거졌고 SK하이닉스 내부적으로 보고가 되면서, 결국 문제 출제자 겸 사회자인 직원과 그림을 그린 신입사원 등 총 3명을 퇴사조치 됐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사진을 보니 완전 성희롱인 듯” “저런걸 왜 문제로 출제한지 의도가 의심스럽다” “내가 인사담당자였어도 퇴사 시켰을 것 같다” 등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측은 “성희롱 성폭력 문제에 무관용 원칙에 따라 출제자와 답변자 모두 퇴사 조치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런데 이상하죠.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명예회장은 성범죄를 저질러도 직을 유지했는데, 신입사원은 무관용 원칙에 따라 퇴사 조치? 이건 형성성에 어긋나도 너무 어긋난 것 아닌가요?
그때 그때 다른 조치에 대한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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