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온라인상의 ‘광화문 광장’이다. 현실적으로 해결 가능한 청원은 많지 않지만, 현 시점에서 국민들이 어떤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때문에 <시사오늘>은 지난 한 달 동안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떤 청원이 제기됐는지를 살펴보면서 ‘민심(民心)’을 추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국민들은 정부 개헌안을 지지합니다. 정부의 개헌을 꼭 실현시켜 주십시오”
지난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며 헌법 개정 논의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대통령 개헌안이 ‘관제 개헌안’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국민들은 정부 개헌안을 지지한다”며 “정부의 개헌을 꼭 실현시켜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27만 명이 넘는 사람의 공감을 획득, 답변 대기 목록에 등록됐다.
3월 13일 이 글을 남긴 청원자는 “공약은 중요한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이다. 대통령은 공약을 이행해 달라”며 “야당과 국회의 개헌이 아닌 국민이 원하는, 현재 정부의 의지가 담긴 개헌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거론하며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 모든 권력을 가진 국민들은 정부의 개헌을 바란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 재조사를 해주세요”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 재조사 청원도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2004년, 동생으로부터 출연자 관리업체를 소개받은 A 씨는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그런데 A 씨는 이 업체 남자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고, 참다못해 가해자들을 고소했지만 지속적인 협박에 못 이겨 고소마저도 취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 씨는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언니의 죽음을 목도한 동생 역시 언니를 그 업체에 소개했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충격을 받은 아버지마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가족을 잃은 어머니는 가해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법의 힘을 빌리려 했다. 하지만 이미 A 씨가 형사 소송을 취소했던 상황이라 다시 고소를 할 수는 없었고, 민사 소송마저 소멸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청원자는 이 비극적인 사건 개요를 소개하며, “반드시 진실을 밝혀 달라”는 글을 남겼다. 이 청원은 이미 22만 명에 가까운 동의를 얻어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에 항의해 주십시오”
하루가 멀다 하고 몰려오는 중국發 미세먼지에 대한 청원도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이 청원자는 “미세먼지가 10년 전에 비해 상당히 자주 몰려오고 있다. 언론에서도 중국발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정부기관이 중국에 대해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중국과 상호 협력해 미세먼지를 줄이자는 대책 뿐”이라며 “왜 상호협력인가. 지금 한국에서는 엄연히 중국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먼지로 인해 국민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비유를 하자면, 범죄자와 같이 범죄를 예방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경부조차 아무 말을 안 하고, 대통령 또한 미세먼지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다”며 “제발 중국에 항의를 하고, 산둥반도에 위치한 공장들을 폐쇄하라고 말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이는 국민의 건강과 수명, 미래가 달린 일”이라면서 “중국에서 (공장 폐쇄를) 할 수 없다고 하면 단호히 단교하고 국제 소송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지난달에는 故 장자연 씨 사건의 재조사를 요청하는 청원, 미혼모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생부가 생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시 국가가 생부 소득에서 원천징수를 하게 하는 법) 시행 청원 등이 뜨거운 관심 속에 20만 명 이상의 공감을 얻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