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딸아이가 걱정이 돼 두 번 시험장에 따라간 적이 있다. 벌써 3, 4년 전의 일이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끝나고 딸아이는 또 몇 번의 시험을 지원한 대학에서 치러야 했다. 말은 논술고사라지만 예전 본고사를 방불케 하는 시험이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험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얼마나 지원자가 많은지 오전 오후 두 번에 나눠 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딸아이가 수시로 지원한 학과는 몇 명을 뽑느냐고 물어보니 선발인원이 20명도 되지 않았다. 응시생은 몇 백 명이 넘는다고 했다.
지금의 대학입학시험은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고생을 하게 돼 있다.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자 수시와 정시를 포함해 6번까지 대학을 선택해 지원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는데, 이것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우선 수능시험을 포함해 여러 번 시험을 치러야 하기에 심리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받는다. 대학 가는 길을 누가, 왜 이렇게 험난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시험 전형료가 적지 않게 들어간다. 대학마다 몇 만원씩, 6번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한 해 평균 수십 만원이 들어간다. 재수를 한다고 하면 전형료는 두 배로 들어간다. 대학은 시험을 치르면 치를수록 이익이 쌓인다. 대학입시가 한 번 끝나면 대학 건물이 한 채 올라간다는 뼈있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회자되는 건 아닌 듯하다.
전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수험생의 가족은 4시간 이상을 바깥에서 기다려야 한다. 운동장에서 초조하게 서성이며 가방을 끌고 다니는 학부모도 눈에 띄는데, 시험 때문에 출장을 온 게 분명해 보였다. 대학입시가 국민을 괴롭히는 ‘괴물’이 돼 있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언론사 기자들을 만날 때 “우리가 고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입제도를 좀 개선해야 한다”는 말로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지금 별반 달라진 건 없고, 시험을 위한 시험이 치러지고 있다. 대학 갈 수 있는 방법을 조합하면 몇 백 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공부는 왜 하는 걸까?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일 것이다. 언론사 지인의 딸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외국에서 다녔는데, 하고 싶은 공부를 재미있게 했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가능한데 우리는 왜 안 되는 것일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재미있어야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재미 예찬론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사는 게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은 창조적’이 된다고 말한다. 재미가 삶을 살게 하는 에너지의 근원이며 행복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예전엔 지금처럼 공부를 고통스럽게 하지는 않았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해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가끔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고, 만화도 보고 소설을 찾아 읽을 수 있었다.
이즈음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국민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는 8월까지 새 대입제도 안을 내놓을 계획이란다. 대학입시가 깜깜한 미로 찾기가 돼서는 안 된다. 수험생과 학부모가 행복해할 수 있는 대입제도가 마련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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