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서울시장 선거는 항상 눈길을 끄는 격전지다. 오는 6‧13 지방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를 비롯해 무려 9명의 후보가 나선다. 지자체장의 꽃으로도 불리는 이 서울시장 선거의 후보가 되기 위해선, 숨겨진 조건이 있다. ‘행정가형’ 인물, 혹은 당 안팎의 견제를 받지 않을 만큼 정치 경험이 적거나 정치적 비중이 높지 않은 인사여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시장직은 대권으로 가는 일등석으로 불린다. 수도이자 한국 전체의 핵심적 요소를 압축해 담고 있는 곳이 서울이다. 정치권의 한 원로 인사는 “국정 리허설로 겪어 볼만한 곳”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아예 서울시장을 발판삼아 2007년 대권을 차지했다. 민선 1기 서울시장이었던 조순 전 시장도 1997년 시장직을 사퇴하고 대권에 도전한 바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06년 단숨에 현 야권의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고, 박원순 현 서울시장도 여권의 차기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매력적인 자리인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내부 다른 계파의 견제는 기본이다. 그래서 서울시장 후보는 좀처럼 각 당의 ‘중진급’ 정치인이 나서기 어려웠다. 행정가형이나, 정치 신인급 인물들이 기회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1995년 첫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조순 전 시장은 경제학자다.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를 지내는 등 인지도는 높았지만 원내 경험이 한 차례도 없었다. 당시 경쟁자였던 정원식 전 국무총리도 마찬가지였으며, 박찬종 전 의원은 5선이지만 무소속이었다.
조 전 시장의 뒤를 이은 이는 고건 전 국무총리였다. 고 전 총리가 서울시장이 됐던 배경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1998년 제2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를 고민하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유력한 정치인인 한광옥 전 비서실장 대신 고 전 총리를 낙점한다.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고 전 총리는 당내 역학구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승리할 만한 카드였기 때문이다. DJ로서는 한 전 비서실장만을 ‘밀어 주기’엔 다른 동교동계 인사들의 반발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결국 DJ는 반발하는 한 전 실장과의 독대를 통해 고건 서울시장, 한광옥 비서실장으로 교통정리에 성공했다. (관련기사 :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81)
2002년 제3대 지방선거에선 MB가 등장한다. 1992년까진 사업가로서 활동했던 MB는 비교적 정계에 늦게 입문한 편이었다. 국회의원 경력도 전국구(현 비례대표) 한 차례를 포함해 재선에 불과했다. 서울시장직을 맡기 전엔 대권주자로는 언급되지 않던 인물이었다. 당시 MB의 경쟁자였던 김민석 전 의원도 재선에 불과했다.
2006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출마 당시 초선의원에 불과했다. 경쟁자였던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도 의회 경험은 없었다. 2010년에는 오 전 시장의 재선을 막기 위해 민주당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한 전 총리 역시 비례대표를 포함해 국회의원 경험은 두 차례 뿐이었다.
오 전 시장의 낙마로 서울시에선 2011년 갑작스런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다. 이때 야권의 후보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 그전까지 정치경험은 전무한 시민운동가였던 박 시장은, 역시 정치경험은 전혀 없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성 조율 후에 선거에 나서서 승리한다.
박 시장과 2014년 격돌했던 정몽준 전 의원이 어찌 보면 예외적인 사례다. 정 전 의원은 출마 당시 7선이었지만, 당시엔 새누리당에게 워낙에 불리한 선거로 예측되면서, 당에서 후보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언론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날 정도였다.
새누리당에서는 이달 초 정몽준 의원이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김 전 총리가 대안으로 떠올랐다.…(중략)…그러자 김 전 총리는 20일 본인의 공식 입장을 정리해 언론에 밝혔다. 그는 "나는 귀국 이후 출마 문제로 여권 관계자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면서 "선출직에 대해 깊이 고민한 적이 없으며 쉬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2014.1.21.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지난 1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서울시장직을 한 계파 인물로 주면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보통 행정가나 신인을 내보내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 와중에서도 당선이 일단 되면, 존재감이 미약했던 인물이라도 대권후보급으로 부상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지방선거에는 하나같이 중진급 인사들로 후보군이 채워졌다. 박원순 시장은 행정가지만 벌써 3선 도전이다. 김문수 전 지사 역시 3선 의원에 재선 도지사 출신으로 한나라당 경선도 치른 바 있으며, 안철수 전 대표도 당대표를 두 차례나 지낸 재선 의원 출신이며 2017년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해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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