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16년 9월 25일, 햄버거병 피해자 모녀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최은주씨는 이날 오후 3시 네 살배기 딸 A양을 데리고 평택 용이동 맥도날드점에 들러 아이가 평소에 좋아하던 '해피밀 불고기 버거 세트'를 사줬다. 그리고 밤 12시, 속이 나쁘다며 저녁 식사를 거른 A양이 설사를 하면서 '맥도날드의 비극'은 시작됐다.
2년이 지난 현재 A양은 신장 기능의 90%를 잃은 2급 신장 장애인이 됐다. 배에 뚫린 구멍을 통해 매일 10시간 가량 복막투석을 받는다. 딸은 평생 아픔 속에서 살아야 한다. 엄마는 후회와 죄책감으로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이 같은 비극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 2월 검찰은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 피해자들이 한국맥도날드를 식품안전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상으로 고소한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쇠고기 패티 원료에서 햄버거병의 원인으로 꼽히는 시가독소가 발견됐지만,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한국맥도날드의 햄버거에 의한 것임을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근거였다.
한국맥도날드에 무혐의라는 면죄부를 준 검찰은 한국맥도날드에 원료를 공급하는 패티 납품업체 M사와 임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지난달 1일 열린 재판에서 M사는 "공급한 쇠고기 패티가 장출혈성대장균에 오염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범죄에 대한 고의도 없으므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말했다.
식품 위해사고 특성상 음식을 섭취하면 증거가 사라지기 때문에 피해사실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변론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들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없을까.
검찰 수사에 따르면 그간 한국맥도날드는 아무런 자체 검사 절차 없이 패티를 납품받았고, 식품안전 관련 책임은 납품업체가 모두 부담하게 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한국맥도날드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2016년 6월 M사가 공급하는 패티에서 장출혈성대장균이 검출된 사실을 알았음에도 외부검사를 의뢰하지 않고, M사의 자체검사에 맡겼다. 이후 M사가 유통한 패티 물량은 55톤에 이른다.
돈은 돈대로 벌고, 책임은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소비자 안전은 철저히 외면한 셈이다. 꼬리를 자르기에는 꼬리가 너무 긴 게 아닌가 싶다.
국민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도 책임을 회피한 건 마찬가지였다. 피해자 모녀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규정상 역학조사를 나설 수 없다는 대답과 해당 맥도날드 매장에서 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7일 오후 2시 30분에 쇠고기 패티 납품업체 M사와 소속 임직원 3명에 대한 2차 공판이 진행된다. 한국맥도날드는 공판 기일 일주일 가량 전인 지난달 25~26일 전국 289개 매장에서 '주방 공개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같은 달 28일에는 '매장 위생이 철저하게 관리돼 놀랍다'는 한 엄마 참가자의 말을 빌린 보도자료를 뿌렸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맥도날드의 비극, 피해자 모녀의 고통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해도, 이 비극에 관여한 모두가 책임져야 하는 사실이 있음은 감춰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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