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유통 맞수로 불리는 롯데·신세계 그룹은 향후 ‘지역 상생’ 문제를 두고 적잖은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 그룹이 추진했던 복합쇼핑몰 사업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난제에 부딪혔다. 대표적으로 골목상권 침해와 교통난을 지적하며 지역 주민들이 건립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 이런 이유로 수도권을 비롯한 지방의 대규모 복합쇼핑몰 사업장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 업계 안팎에선 지방선거 이후 사업의 행방이 어느 정도 결정될 것으로 예측해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유통업체가 지역 상생 협약에 관해서는 더욱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롯데그룹의 경우 서울 상암동에 세우려는 복합쇼핑몰이 대표적이다. 롯데쇼핑은 2013년 서울시로부터 상암DMC 쇼핑몰 부지를 판매·상업시설 용지로 2000억 원가량에 사들였다.
이 부지에는 백화점과 영화관,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이 들어서는 대형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당초 2017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전철역으로 3정거장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망원시장 상인들과 인근 자영업자들의 반발로 5년째 사업이 표류 중이다.
당시 롯데는 상업시설 필지를 3개에서 2개로 축소하는 등의 결정을 내렸지만 마지막까지 상인들과 합의점 도출에는 실패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사업의 난항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역상인들과 상생을 강조해온 만큼 또 한번 지역 주민들의 뜻에 부합하는 상생안을 강화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롯데 측은 오는 27일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롯데복합쇼핑몰(부지 2만644㎡)에 대한 세부개발계획 결정안 심의를 앞두고 있어 어떤 변수가 생길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인 사업 중단이었던 만큼 심의 결과에 따라 인근 상인들과의 상생 협의점을 찾을 방침이다.
신세계 사정도 비슷한 모양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야심차게 발표한 온라인 전용센터 건립은 난항 중이다. 온라인 전용센터는 연내 법인 설립을 목표로 하는 ‘SSG.COM’의 핵심시설이다.
신세계가 온라인 사업에 공 들이고 있는만큼 온라인 전용센터 확보는 필수적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월 “세상에 없고 아마존을 능가하는 최첨단 온라인 전용센터를 지을 것”이라며 “예술성을 가미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토지매입 계약부터 어긋났다. 주민들은 교통 혼잡·자녀 교육 문제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당시 재선을 앞뒀던 오수봉 하남시장도 주민 여론에 힘을 보태며 선거 표심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는 김상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이 후보 역시 ‘온라인 센터 유치 반대’를 외친 건 마찬가지다.
김상호 시장은 “출퇴근 교통 문제와 과밀학급 보육 문제, 신세계 물류센터 등 산재해 있는 공공갈등 현안들에 대해 신속히 대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각에선 이같은 사업들이 재진행 되더라도 두 그룹이 감내해야 할 지역 상생 조건은 강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지역 상권 보호 정책에 중점을 뒀던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유통 업체들의 복합몰 추진을 두고 반발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업들이 인근 시장 상인들과의 합의점을 찾고, 일자리 창출 등 지역 주민들의 뜻에 부합하는 조건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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