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지난 2016년은 저출산 대책이 한창 화두로 떠오를 무렵이었다. 통계청이 저출산 영향으로 한국의 생산가능 인구가 2016년을 고비로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진단함에 따라 이에 대한 정치권의 고심도 깊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그 무렵 저출산 해결책 관련 논란이 된 발언이 있다. 도마 위에 오른 건 2016년 1월 29일 김무성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놓은 대책 안이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당정협의회에서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 대책으로 “조선족을 대거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안겨준 거나 다름없었다. 야당에서는 조선족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여기는 거냐고 비판했다.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김 대표의 대안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청년들을 힘 빠지게 했다. 취업마저 어려워 연애, 결혼, 출산은 꿈도 못 꾸는 삼포세대의 청년들, 여기에 내 집 마련, 인간관계마저 포기한 5포 세대 청년들, 나아가 포기할 것이 너무 많은 N포 세대라 불리는 이들을 더욱 소외되게 하는 거였다.
정치인이라면, 조선족 유입 대책에 앞서 자국 청년들이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고 내 집 마련도 하고 인간관계도 맺을 수 있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끔 해주는 사회제도와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는 세심한 정책을 내놔야 하지 않았을까싶다.
하지만 이런 배려는 고사하고, 자국민이 출산하지 않으니 조선족 이민정책으로 수를 늘리겠다는 생각. 그것은 현실 민심에 한참 동떨어진, 바닥에 살아보지 않고 나온 저 윗동네 부자 정치인의 생각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비약을 거듭하면 마치 프랑스 루이 16세 왕비인 마리 앙투와네트가 성난 군중 시위에 대해 “밥이 없으면 빵을 먹으면 되잖아” 라고 철없이 웃픈(우습고 슬픈) 얘기를 했다는 일화처럼 말이다.
김 대표는 당시 차기 대권주자로 유망한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조선족 발언’을 접한 한 시민은 “김무성에 대한 지지를 접었다”고 했다. 그만큼 서민이 듣기엔 민심을 살피지 못하는‘찬물을 끼얹는 발언’이었다.
최근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도 난민 수용 여부를 놓고 찬반양상이 사회적 쟁점화 되고 있다. 진짜 피난민이 아닌, 브로커를 통해 취업을 목적으로 온다는 지적부터 범죄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화두로 떠오르자, 3선으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부 국민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도 한때 난민이었다. 제주 예멘 난민문제는 인도주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민도 우리의 공동체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함께 사는 방법이 있다. 가슴을 열고 그 방법을 함께 찾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구구절절 옳은 교과서적 발언이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건 불안한 민심을 안심시킬,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 청사진이다.
특히 인도적 난민 문제에 관심 많은 공동체주의 정치가라면 이미 유럽 사태의 학습효과를 통해 해결책을 고심했을 줄 안다. 현재 유럽은 연이은 범죄에 갈등이 폭발하자 벽을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EU) 28개국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난민 망명신청을 처리하는 합동 난민심사센터를 건립하는데 뜻을 모았다. 그만큼 이 문제는 한 국가로는 각개격파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문제로 번지고 있음이다.
박원순 시장의 난민문제의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박 시장 또한 자국민의 애환과 절박한 현실을 모르는, 저 윗동네 정치인이 아니라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방법을 함께 찾자”는 탁상행정 식의 무책임적 발언이 아닌, 바닥체감을 절감하는 진심어린 대책이 필요할 때다. 그래야 잠재적 불안으로 동요하는 민심을 달래줄 수 있다.
속담에 광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당장 내 집에 먹을 것과 입을 것 등이 없을 때는 인심조차 사치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넓은 가슴의 먼 나라 꿈같은 얘기 말고,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박 시장의 후속대책은 무엇인가. 대답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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