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새로운 이념과 가치를 담도록 당의 간판은 새로운 이름으로 하겠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달 18일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수습책 중 하나로 ‘당명 변경’을 내걸었다. 2017년 2월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꾼 지 1년 4개월 만의 일이다. 한국당 하면 떠오르는 부정적 이미지를 일소(一掃)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당명 변경 효과는 있을까. 과거 사례를 돌아보면, ‘물음표’가 찍힌다.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3당 합당’을 통해 민주자유당을 만든 이래, 보수정당은 28년 동안 무려 네 차례(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나 이름표를 바꿔달았다. 그러나 당명 변경 이후 치른 첫 선거 결과를 보면,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자당은 총선을 앞두고 당을 개편하면서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후 이회창·박찬종·이재오·김문수·이우재·홍준표·맹형규·정의화 등을 영입하는 ‘개혁 공천’으로 인적 쇄신을 단행한 뒤, 1996년 4월 제15대 총선에 임했다.
이 선거에서 신한국당은 139석을 획득하며 승리를 거뒀다.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1년 전 지방선거 패배를 털어내며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 당명 변경은 1997년에 있었다. IMF 경제 위기로 문민정부의 인기가 땅에 떨어지자,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는 민주당 조순 후보와 합당하면서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잘 알려진 대로 이회창 후보는 제15대 대선에서 38.7%를 얻는 데 그치며 낙선, 헌정 사상 최초 정권 교체의 ‘조연’이 되고 말았다.
새누리당으로의 개명은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이뤄졌다.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하고, 일명 ‘디도스 사건’까지 터지면서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대위’를 출범시킨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의 상징색을 빨강색으로 바꾸고, 당명도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제19대 총선을 준비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의 패배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명박 정권 ‘심판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 하지만 예상을 깨고, 새누리당은 152석을 얻어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하며 승리를 거뒀다.
2017년, 새누리당은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건’으로 탄핵되면서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추락하는 조사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비박(非朴) 의원 29명이 탈당, 바른정당을 창당하자 새누리당은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고 2017년 제19대 대선을 준비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홍준표 후보를 내세운 한국당은 제19대 대선에서 24.0%를 얻는 데 그치며 10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다. 당명 변경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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