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초복(初伏)을 이틀 앞둔 7월 1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개·고양이 도살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대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가한 ‘개·고양이 도살금지 국민대행동’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약 1만5000곳의 개 농장이 있으며, 매년 약 200만 마리의 개들이 처참하고 잔인하게 죽어가고 있다. 개 식용이라는 악습이 존재한다는 것은 참으로 처참하고 끔찍한 일”이라며 개·고양이 도살금지를 골자로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반면 개 사육 농민들의 단체인 대한육견협회는 같은 날 동화면세점 앞에서 개 사육 농가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동물보호단체들이 개 사육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국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국회의원들이 이들의 대변자가 되어 개 사육 농가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 식용’ 문제는 관련 단체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슈 중 하나다. 개 식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 문화를 ‘후진적’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를 요구한다. 반면 개·고양이를 소나 돼지, 오리, 닭 등과 차별화하는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개 식용은 어디까지나 ‘자유의 영역’이라고 반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표창원,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이 가운데 ‘개 식용 반대’ 측 입장에 서 있는 정치인이다. 표 의원은 지난 6월 20일 개 도살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표 의원은 “동물은 사람에게 경제적 효용을 제공하는 동시에 하나의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며 “식용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사육되는 가축이 아닌 동물에 대해서는 생명존중의 관점에서 무분별한 도살행위 등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행 동물보호법은 제8조 제1항에서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으나, 금지 행위의 양태가 추상적이어서 어떤 도살 방법이 금지되는지 명확하지 않아 단속 근거로서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가축이 아닌 동물을 소유자 등이 임의로 도살하더라도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한 법적 제재를 받지 않게 된다”면서 “그 결과 일반적으로 식용 목적으로 사육하지 않는 반려동물을 도살·처리하거나 식용으로 가공·유통하더라도 동물보호법이나 축산물 위생관리법의 관련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사실상 입법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표 의원은 “이 법안은 동물의 도살행위에 대한 규율 방식을 전환해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축산물 위생관리법이나 가축전염병 예방법 등 법률 규정에 의해 동물을 도살하거나 살처분한 경우 또는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 등에 한해 동물을 죽일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동물에 대한 무분별한 도살을 방지하고 생명존중의 원칙을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 법안이 통과되면, ‘동물을 죽이지 말아야 할 상황과 방법’을 열거했던 기존 방식이 ‘동물을 죽여도 되는 상황과 방법’으로 180도 바뀌어 규정된다. 즉 법률이 정해놓은 범위 내에서만 동물 도살이 허락되기 때문에,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허용하지 않는 개·고양이 등의 도축과 유통, 소비는 근본적으로 봉쇄된다.
개 먹으면 불법 vs. 왜 돼지는 되고 개는 안 되나
온라인상에서는 표 의원의 법안에 대한 찬반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6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표창원 의원의 개·고양이 도살 금지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청원에는 한 달 새 21만 명(7월 24일 기준)이 넘는 사람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 청원자는 “이웃에서 내 반려견을 잡아먹는 사건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사회, 똑같은 종(種)이 반려와 식용으로 나뉘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며 “반려동물인 개를 상업적으로 집단 도살해오는 것을 지난 수십 년 간 묵인해 대내외적 혼란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을 정부와 국회가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 주시기를 바란다”고 썼다.
반대로 “소, 돼지, 닭, 양은 먹어도 되고 개는 안 된다는 기준이 뭐냐”며 반발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에 대해 표 의원은 7월 16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개와 고양이 등은 인류가 ‘우리와 함께 살자’라고 초청해 우리에게 적응을 시켜왔기 때문에 그들의 유전자는 인간에 대한 신뢰, 인간에 대한 복종이 몸에 배도록 만들어졌다. 그래서 개·고양이를 식용으로 삼는 것은 인간성에 반하는 것”이라며 “그런 것들이 개·고양이와 다른 식용 가축과의 차이”라고 답했다.
또 “개 식용은 개인의 자유인데 법으로 막고 비난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에는 “우리는 개인의 자유인 자살이나 자해도 하지 못하게 한다. 마약이라든지 풍속에 대한 위반도 단속을 한다”면서 “그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먹고 안 먹고는 개인의 자유지만, 법으로 허용하지 않는 동물을 죽이고 위생관리도 안 된 상태에서 항생제를 마구 투여하고 세균·박테리아가 번지는 잘못된 구조 속에서 위험한 축산물들을 유통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입법 의지가 그리 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4일 <시사오늘>과 만난 농해수위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농해수위는 농업이나 축산업을 부흥시켜야 하는 입장인데, 있는 산업을 없애자는 데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개 식용과 관련된 종사자들이 100만 명이 넘는다. 당장 개 식용을 금지하면 이 분들이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무엇보다 여론조사 같은 걸 보면 ‘그런 것까지 법으로 막을 필요가 있겠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법으로 금지하자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다”면서 “이런 법안보다는 차라리 도축과 유통을 더 철저히 감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통과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6월 22일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개고기 식용 금지법’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개고기 식용 금지법 입법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39.7%로 반대 응답자 51.5%보다 11.8%포인트 낮았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