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기호 순으로 송영길, 김진표, 이해찬 의원의 3파전이다. 그런데 전대는 뜨겁지만 민주당 내부 상황은 경고등이 켜져있다. 당 대표 후보들이 내세운 슬로건을 보면 민주당이 안고 있는 고민을 역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에 대한 지나친 의존, 악화되는 경제상황에 대한 대처 미비, 여전히 잠재적인 당내 갈등의 불씨 등이 그것이다.
문재인 없는 ‘문재인 당’의 딜레마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과 지방선거 압승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분이 높다는 것은 정가에선 아예 정설(定說)로 여겨진다. 당내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목소리와 함께, 동시에 민주당이라는 브랜드 자립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절정에 달했던 후보들의 ‘문재인 마케팅’은 전당대회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송 의원은 ‘신문(新文)’임을 앞세운다. 최근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맡았던 송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가장 최근까지 일했던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거리감이 당내 표심에 미칠 영향이 막대해서다.
이 의원의 경우 원조 친노로, 친문계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당권경쟁의 고지에 가장 근접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 김경수 경남지사와의 만남만으로도 ‘친문계 결집’이라며 화제가 됐을 정도다.
이러한 ‘친문 경쟁’은 현 민주당의 대통령 의존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2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여당의 숙명이긴 한데, 이렇게까지 대통령과 ‘한 몸’으로 가면 당의 존재감은 존재감대로 옅고 정부의 악재엔 함께 위기를 맞게 된다”면서 “여당이 잘 서야 정부에 위기가 와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 위기, 정부여당으로 돌아오는 화살
김 의원은 출사표부터 경제를 내세웠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경제 당대표’를 슬로건으로 내건 김 의원의 컷오프 통과는 현 경제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평이 나온다. 복수의 민주당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 경제상황이 안 좋은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제 정부출범도 1년이 지났고, 우리에게 책임이 돌아올 때”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민주당은 현 경제상황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나 대비가 완비돼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같은 날 기자와 만나 “국회야 경제 관련 입법을 통해 정부를 지원하는 것이 최선이다. 정책을 내는 곳은 아니지 않나”라면서도 “결국 경제가 최종적인 숙제가 될 것이다. 전국정당을 어느정도 이뤘으니 다음 목표는 경제정당”이라고 밝혔다.
통합의 아이콘이 필요한 이유
송 의원은 자신의 당대표 슬로건으로 ‘통합의 아이콘’을 내세웠다. 친문계, 86그룹 등 당내 계파와 중진-신진 간의 세대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현재 민주당이 아직 완전한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여전히 민주당은 다양한 이유로 당내 갈등을 안고 있다.
민주당 경남도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달 기자와의 만남에서 “잘 되는 집에 사람이 모이는 건 좋은데, 사람이 모이다 보니 자연히 싸움도 난다. 지금 민주당이 그런 모습”이라며 “위기는 슬금슬금 다가오는데 통합은 오히려 좀 더 멀어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자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의원이 수면위로 끌어올린 ‘이재명 탈당론’을 놓고도 당내 이견이 오가는 중이다.
이와 관련, 여권 정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탈당이 논란이 된다는 시점에서 이미 당에는 악재”라면서 “귀결이 어떻게 나든 민주당은 상처를 입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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