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직원들의 느슨해진 업무 태도도 도마에 올라
조직 개혁과 인적 쇄신에 역행… 사장 경영능력 논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최근 국내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조직의 기강 해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경우 이학수 사장의 비위 의혹에 대해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반이 감찰에 착수한 상태다. 그런가 하면 한수원은 부하직원에 대한 상사의 부당한 업무지시부터 성희롱 발언, 근무지 무단이탈과 음주운전 등 직원들의 기강 해이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수자원공사와 한수원 수장의 리더십이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우선 수자원공사의 이 사장은 특정 업체와 수 백 억 원대의 하도급 계약을 맺도록 직원에게 지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한 부산시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발주한 수 조 원대의 부산에코델타사업 공사업체 선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결국 감찰단은 이 사장과 수자원공사 본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올 초 불거진 4대강 문건 대량 파기 사건과 관련해 수자원공사가 직원 15명에 대한 징계를 미룬 경위도 조사 중이다.
수자원공사 감사실장과 부사장을 거친 이 사장은 내부 인사로선 최초로 지난 2016년 9월 공모를 통해 수장에 올랐다.
이 사장이 임기를 1년 여 남겨둔 시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번 감찰을 두고 이전의 박근혜 정부에서 선임된 공기업 수장에 대한 ‘흔들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는 4대강 사업 관련 문건 등 국가 기록물로 관리해야 할 내부 문서를 무단 파기한 혐의로 이 사장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국가 기록물로 관리돼야 할 302건의 문건이 기록물로 등록되지 않은 사실을 발견한 국토부가 이 사장을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이 사장은 당시의 4대강 사업 문서 파기 의혹과 관련한 경찰 수사 속에서도 줄곧 자리를 지켜 왔다.
업계에선 이번 감찰반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 사장의 남은 임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한수원은 직원들의 해이해진 근무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 한수원은 내부 감사를 통해 무단이탈 및 음주운전, 성희롱과 부적절한 업무 지시, 폭언 등 직원들의 무분별한 일탈 행위가 드러났다.
한수원의 A과장은 지난 4월 말 새벽까지 음주를 한 뒤, 술이 덜 깬 상태로 출근했다. 그리고 이날 오전 무단 외출을 한 뒤, 회사로 돌아오던 중에 차 안에서 또 술을 마셨다.
이날 오후 A과장은 경찰의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A과장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215%에 달했다. 이후 A과장은 회사로 돌아가 자신의 상사인 B차장에게 반말과 폭언을 하는 ‘하극상’의 모습까지 보였다. A과장의 음주소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결국 한수원 감사팀은 A과장의 ‘6개월 정직’ 처분을 권고한 상태다.
한수원의 또 다른 직원 C씨가 부하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가한 사실도 드러났다.
C씨는 지난 4월 노래방에서 선곡을 하고 있는 여직원의 옆구리를 잡고 성적 수치심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C씨는 2년 전부터 회식 자리에서 3차례 걸쳐 신체적 성희롱을 가한 의혹도 받았다. 피해자들에게 C씨는 사무실에서 윙크를 하며 불쾌감을 준 사실이 확인됐다. 한수원 감사팀은 C씨의 ‘1개월 정직’ 징계를 요구했다.
부하직원에 대해 부적절한 업무 지시와 폭언을 한 상급자도 있었다.
D팀장은 소속팀 직원들에게 업무를 빌미로 욕설이 섞인 폭언을 하는 등 고압적 언행을 일삼았다. 미혼인 직원에게는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도 했으며, 사적으로 부하 직원에게 운전도 시켰다. 아울러 강제 술자리도 가졌다.
한수원 정재훈 사장은 지난 4월 무선 마이크와 노타이 셔츠 차림으로 파격적인 ‘토크콘서트 취임식’까지 펼치며 조직 쇄신에 힘써왔다. 비록 편한 소통을 강조했지만, 정 사장의 파격은 한편으론 한수원의 과감한 변화와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 원전수출, 원전해체 역량확보, 제4차 산업혁명 등을 화두로 꺼낸 정 사장의 행보는 이후 혁신과 현장경영을 통한 한수원의 위상 강화의 의지로 읽혀졌다.
그러나 한수원 내부 직원들의 느슨한 업무 행태는 정 사장의 조직 개혁의 방향성과는 달리 만만치 않은 파고를 예고하고 있다.
29일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수자원공사 사장의 비위 의혹은 물론, 한수원 조직 내 일부 직원들의 해이해진 기강 문제는 공기업을 이끌고 있는 수장의 리더십과도 연관이 있다"며 "진정한 조직 쇄신을 위해서라면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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