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인사청문회 시즌’이 돌아왔다. 국회는 10일 이석태·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1일 이은애·이영진 헌법재판관 후보자, 12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 후보자, 17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19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20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아직 결정되지 않은 자유한국당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까지 최대 11명에 달하는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같은 ‘릴레이 청문회’ 일정을 앞두고, 국민들의 관심은 후보자들이 청문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없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落馬)하는 후보자가 적지 않았던 만큼, 야권에서도 ‘철저한 검증’을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당은 관행처럼 여겨지던 ‘국회의원 청문회 불패’를 깨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이번 청문회를 단단히 벼르는 분위기다.
다만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오해가 발생한다. 국회가 청문회를 통해 부적합한 후보자를 걸러낼 수 있다는 믿음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진 의혹으로 사퇴하는 후보자가 많다 보니, 마치 국회가 후보자들의 임명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표결로 임명을 결정하는 자리도 있지만, 인사청문회는 그저 절차에 그칠 뿐 국회 동의와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자리도 많은 까닭이다.
우선 국회가 본회의 표결을 통해 임명에 동의해줘야 하는 직책이 있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과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등이다. 이 직책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20일 이내에 본회의 표결로 임명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2017년 9월 11일 국회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야당은 청문회를 통해 김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는 입장을 밝힌 뒤 본회의에서 가 145표·부 145표·기권 1표·무효 2표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며 김 후보자의 임명을 막은 바 있다.
반면 국회의 뜻과 무관하게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자리도 많다. 장관 등의 국무위원들이 그렇다.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회 소관 상임위가 청문회를 마친 뒤 적격 여부를 담은 경과보고서를 내도록 돼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구속력이 없다. 국회가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재차 국회에 보고서 송부를 요청한다. 그럼에도 국회가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의혹이 너무 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국회가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인사청문회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후보자 33명 중 30명이 임명장을 받았다. 90%가 넘는 확률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받지 못했음에도 결국 장관 자리에 올랐다.
Fact -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과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임명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만, 장관은 국회 뜻과 관계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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