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그 무덥던 여름도 다가오는 가을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뒷걸음질이다.

추석이 지나고 남부 지방부터 비가 내린다는 오늘, 서울 하늘은 잔뜩 흐려져 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언제나 그랬듯이 계절은 자기의 직분을 다하듯 찬 공기와 함께 기온을 떨어뜨리고 짧은 단풍의 가을은 무르익을 것이다.

서늘해진 기분이 들면 필자는 유독 발효차 생각이 많이 난다.

몸이 유난히 찬 필자는 발효차를 마시면 등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을 느끼며 몸에 온도가 올라가 편안해진다. 특히 환절기인 이즈음 온도 변화가 심해서 수시로 따뜻한 차를 갖고 다니며 마신다.

차는 건강하게 기호음료로 마시기만 하는 건 아니다.

간혹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입고 우아하게 차를 우리는 다도라는 행위를 한다. 다도는 차를 우려서 손님에게 권하거나 마실 때의 예법이다.

일본, 중국 역시 다도와 다예라고 칭하며 차를 우려 마시는 예법을 정신 수양과 함께 행동으로 표현한다. 우리나라도 여러 차 관련 단체에서 자기들만의 다도 예법을 가르치고 행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 다도정신은 정성과, 검소, 중정, 청렴 등으로 삼국이 일맥상통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녹차 위주의 생산만 가능했기에 다도라 함은 녹차를 우려서 마시거나 대접하는 예법이다.

그러나 중국은 좀 다르다. 많은 종류에 차가 있고 우려 마시는 방법 또한 차 별로 다르기 때문에 그 행동 예절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6대 다류라 하여 차 종류에 따라 우리는 물의 온도와 시간이 다를 수밖에 없다. 찻잎의 발효도에 따라 영양성분을 잘 우러나게 해야 하고, 탕색의 변화 또한 다 다르기 때문이다.

녹차는 낮은 온도에서 우려야하고 발효차는 높은 온도에서 우려야 하므로 그에 따른 예법도 6대 다류 별로 차이가 있다. 중국은 현제 그 예법을 아름답게 표현하며 보는 즐거움까지 주는 예술로 승화시켜 다예라 칭한다.

지난 주말 필자는 경복궁 자경전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우리나라 녹차 다도체험 행사를 가졌다.

역시 눈에 띄는 건 어린 아이들과 외국인들이었다. 엄마 손에 이끌려온 다도 체험에서 어찌나 신중한지 한없이 귀엽고 대견했다. 외국인들 역시 진중하게 관심을 보이며 체험하는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학교에서 방과 후에 다도 과목을 교육받은 아이들을 보면 확연히 달라진 예의 바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게임과 4차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현실에 어릴 때 익힌 다도 교육은 인성을 바르게 하고 정신적 안정과 정서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인성교육을 학교나 학원에서 이론으로 주입하기보다는 다도 교육을 도입해 행동예절과 차분한 정신 수양으로 길들여 주는 것이 더없는 휼륭한 교육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급변하는 시간 속에 차를 매개체로 삼아 잠시 정신적 안정과 휴식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