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2일쯤 유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심재철 의원의 청와대 정보 유출 문제로 얼어붙은 여야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죠.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바로 ‘국회가 반대해도 장관 임명이 가능한가’라는 점입니다. 야당 반대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유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한 자연스러운 의문이죠. 그렇다면 정말 국회 동의 없이도 장관 임명은 가능한 걸까요? 가능하다면, 대체 인사청문회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장관 임명, 대통령 뜻 막을 방법 없어
결론부터 말하면,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장관을 임명할 수 있습니다. 현행 인사청문회법 제6조 제3항을 보면,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한 경우에 대통령·대통령당선인 또는 대법원장은 제2항에 따른 기간의 다음날부터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여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또 제6조 제4항에는 ‘제3항의 규정에 의한 기간 이내에 헌법재판소재판관등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국회가 송부하지 아니한 경우에 대통령 또는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재판관등으로 임명 또는 지명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즉, 인사청문회법 제6조 제3항과 제4항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게 됩니다.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을 경우 대통령은 송부를 재요청할 수 있고, 그래도 국회가 거부하면 그냥 임명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9월 28일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다시 한 번 요청하면서 기한을 10월 1일까지로 못 박았으니, 2일부터는 국회의 뜻에 관계없이 유 후보자를 장관 자리에 앉힐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문 대통령이 2일쯤 유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줄 것이라는 예상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도출된 거죠.
구속력 없는 인사청문회, 꼭 있어야 하나
이러다 보니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건 당연한 귀결입니다. 통계적으로 봐도,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후보자 33명 중 30명이 임명장을 받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같은 길을 걸었죠.
법적으로 국회가 표결을 통해 임명 동의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있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과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직책들은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든 말든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밀어붙여 왔다는 뜻입니다. 무용론이 안 나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인사청문회를 불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앞선 통계는 일종의 착시 효과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발견된 후보자들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이전에 자진 사퇴 형식으로 후보자 자리에서 내려옵니다. 실제로 2000년 6월 국회에서 최초로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한 이후 박근혜 정부 때까지 무려 17명의 후보자가 청문회 전후로 낙마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들로 자진 사퇴했으며,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불거진 논란들에 부담을 느껴 사퇴를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인사청문회는 또 다른 방식으로 부적합한 공직자 후보들을 걸러내는 기능을 하고 있는 거죠. 구속력이 없다 해도, 인사청문회를 ‘쓸모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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