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유엔 산하 유네스코(UNESCO)에서 제정한 ‘세종대왕상’이 있다. 정식 이름은 ‘세종대왕문맹퇴치상’으로 한글 창제에 담긴 세종대왕의 정신을 기리고 문맹퇴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격려하기 위한 상이라고 한다. 상 이름을 ‘세종대왕상’이라 이름 붙인 것은 전 세계인이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인이 세종대왕을 추앙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못한 일을 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은 한자를 빌려 쓰던 불편을 없애고 백성들 누구나 쉽게 읽고 씀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안겨주었다.
한글날이 다가오면 우리말과 관련한 많은 글이 여러 곳에 실리곤 한다. 또한 ‘한글을 사랑하자’, ‘한글을 바르게 사용하자’와 같은 말을 내세워 모국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축제의 장이 열리기도 한다.
우리의 언어생활 수준이 기대하는 만큼은 못 되는 것 같다. 어른들은 말글을 더 깨우치고 배우고 반성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잘못된 언행을 쉽게 본받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외계어 같은 정체불명의 말글이 잡풀처럼 자라난다. 사실 한글로 표기돼 있기는 하지만 무슨 말인지 헷갈리는 출판물과 문서가 많다.
국방부는 군대에서 통용되는 부적절한 언어와 어려운 행정 용어를 퇴출하는 '올바른 공공언어 사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캠페인을 통해 은어와 일본식 표현, 외래어, 권위적인 행정 용어, 낯선 한자어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다른 말이나 쉬운 용어로 바꿔나가고 있다. 언어생활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법률용어를 쉽게 쓰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법조계에선 ‘알기 쉬운 민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어려운 법률 용어를 순화하기로 했다. 최근 선고공판을 맡은 모 부장판사는 100분 동안 판결요약본을 읽으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친절한 모습은 전에 보지 못했던 것으로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한글 창제에는 백성이 소통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풀겠다는 세종대왕의 애민(愛民)정신이 깃들어 있다. 세종대왕은 지위에 상관없이 언제나 백성들과 소통하고자 했다. 훈민정음은 백성과의 소통을 바라던 세종대왕의 고민이 낳은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세종대왕이 품었던 애민정신이 우리의 언어생활에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한글은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생필품과 같은 존재다. 생필품은 제대로 사용할 때 그 효용가치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쉽고 올바른 우리말 사용이 확산됐으면 좋겠다.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