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 손정은 기자)
10대 학창 시절 누구나 "20대만 되면 내 맘대로 뭐든 다 할 거야"라고 생각 해 봤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힘든 학업을 버텼을 것이다.
하지만 20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걱정 없이 공부만 하던 10대 시절이 편하지". 이와 달리 30대는 "20대로 돌아간다면"이라고. 왜 우리에겐 항상 좋은 시절은 없는 것일까.
아마, 우리가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20대는 '취업', 30대는 '결혼'이라는 이상과 자신들의 처한 현실이 너무도 동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시사오늘>은 대한민국의 2030세대를 만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에 대해 들어봤다.
"언제쯤 될까"…보장 없는 미래에 한숨
김지민(가명·25·여성)
지민씨는 학창시절 줄곧 반에서 3등 내에 들면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가진 소위 괜찮은 문과생이었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대학 경영학도도 됐다. 하지만 20대가 된 지금은 조금 다르다.
그저 취업하기 어려운 경영 대학을 나온 '취준생'(취업 준비생)으로 불린다. 그의 하루 일과는 빠듯하다. 오전에는 토익, 토스(토익 스피킹) 학원을 다니며 스펙을 쌓고 오후에는 취업 스터디를 한다.
취업 스터디에서는 서로의 자소서(자기소개서)를 첨삭해주고 수정해 준다. 그리고 면접 일정이 잡히면 면접 스터디도 병행하기도 한다.
스터디가 끝나면 고민 끝에 등록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으러 간다. 줄곧 문과생이었던 그에게 쉽지 않은 수업이다. #include 등으로 이뤄진 C언어에 머리가 뒤죽박죽이 된다.
하지만 포기할 수가 없다. 디지털 시대에 IT 관련 지식과 인문·사회계열 지식을 모두 갖춘 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취업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대학·대학원을 졸업한 취업 대상자 51만 6620명 중 공학계열 취업률은 71.6%를 기록했지만, 인문계열은 57.6%에 그친 수치가 그 증거다.
올해 초 문과생으로, 취업의 높은 벽에 고배를 마셨던 그이기에 더 이상 물러설 수가 없다. 집에 와서도 휴식보다는 복습을 택했다.
지금의 육체적 피로보다 그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보장 없는 '취업의 문턱'이다. 보장 없는 미래에 지민씨의 한숨이 깊은 만큼, 오늘 밤도 깊어간다.
"같이 살 집도 없는데"…현실 앞에 무너진 로망
박현철(가명·35·남성)
올해 4년 차인 현철씨는 서울에 위치한 중소기업에서 박대리로 불린다. 박대리는 이제 조금 숨통이 트이고 있다. 대학교 학자금을 올해 다 갚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자금을 청산한 그의 얼굴빛은 밝지 못하다. 지난주, 3년 사귄 여자친구가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는 이유에서다. 그와 1살 차이인 여자친구 집에서 결혼을 서두르라고 압박이 있는 모양이다.
여자친구는 처음부터 완벽히 시작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냐면서 결혼하고 같이 모으자고 했지만, 마이너스(학자금 대출)에서 이제야 0이 된 그로서는 부담스럽다.
신혼부부 대출인 디딤돌도 알아보고 있지만, 문제는 만만치 않은 '집값'이다. 갈수록 치솟는 서울 집값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난 10일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경제동향 10월 호에서 발표한 설문조사 관련 기사도 봤다. 1년 후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상승한다는 응답이 46.1%라는 내용이었다.
더욱 암담해지는 집값으로 결혼에 대한 로망이 깨지고 있다. 박 대리는 오늘 여자 친구와 미래와 관해 진솔한 이야기를 할 계획이다.
"커리어 쌓았는데"…결혼한다니 눈총
오영미(가명·31·여성)
올해 5년 차가 된 영미씨. 나름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다. 큰 규모의 회사는 아니지만, 첫 직장인만큼 꾸준히 다니며 애정도 깊다. 올해 연말 그는 3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예비신부인 그의 표정은 행복하지 못하다. 청첩장을 회사에 돌린 날, 회사 상사가 "결혼한다고 회사에 충실하지 못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기 때문이다.
이후, "신혼여행을 그렇게 길게 가면 누가 업무를 하냐", "나중에 육아 휴직 쓰고 안 돌아오면 어쩌냐" 등 이런 질문들이 계속되고 있어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돌이켜 보니, 회사에 결혼을 해서 다니는 여 선배들, 소위 '워킹맘'(사회 활동과 가정을 병행하는 여성)들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는 일을 그만 둘 수 없다. 예비신랑의 벌이가 넉넉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일에 대한 욕심도 큰 영미씨이기에.
영미씨는 지금까지 회사에 충실했는데, 결혼한다고 눈총을 주는 회사에 애정이 떨어진 눈치다. 더욱이 미래에 있을 출산을 생각하면 지금 회사를 계속 다닐지, 말지 선택하는 것이 나을 듯싶은 영미씨.
그도 그럴 것이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여성 직장인 269명을 대상으로 한 '경력 단절 두려움' 조사에서 78.4%가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한 결과가 자신의 일이 될 수 있기 때문.
그는 나중에 겪을 경력 단절의 두려움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시간제 공무원을 알아보는 등 고민이 많다. 퇴근 후, 예비신랑과 지금 회사가 아닌 다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좌우명 : 매순간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