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2010년 국민계정(잠정)’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 달러를 넘었다고 밝혔다. 2만759달러를 기록하면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2만 달러가 넘었으니 축하할 일이기도 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GNI 2만 불 시대’로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부국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라가 잘 살면 뭐하겠는가. 점점 부유해지는 나라에 살고 있는 국민은 정작 6천원 점심값을 아끼려 도시락을 싸야 하는 신세가 됐다. 소득 중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비율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은 59.2%로 전년 60.9%보다 1.7%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기업은 성장하지만 근로자의 임금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상승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2010년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3.3% 상승했다. 특히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대비 21.3% 상승하면서 소비자의 식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자료에도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29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해 보자. 강남에서 여의도까지 두 번 왕복 운전하는데 1만원어치 기름이 든다. 점심은 밥값 6천원에 캔 커피 한 잔, 담배 한 갑으로 만원 한 장이 없어진다. 저녁에는 삼겹살이나 먹을까 돼지고기 가격을 보니 한 근에 만 원이 넘는단다. ‘만 원의 행복’은 옛날 말이다. 돈은 없고, 가격은 비싸고.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1인당 GNI가 원화 2천만 원을 넘는다지만 월급 100만원도 못 받아 허덕이는 근로자는 얼마나 많은가. 나라가 아무리 잘 산다 외쳐봐야 국민들은 당장 저녁 반찬 걱정만 할 뿐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살 뿐이다. 가수 신신애씨가 미리 경고하지 않았던가. “정신 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