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신맛] '아이러브요거트 한끼오트', 식감 '굿' 첨가물은 '노굿'
스크롤 이동 상태바
[지주신맛] '아이러브요거트 한끼오트', 식감 '굿' 첨가물은 '노굿'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11.05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맛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맛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올해 초 한 제과업체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그는 당시 해당 업체가 출시한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엇갈린다는 내용의 본지 보도를 접하고 이 같이 항의했다. 그렇다. 맛이란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똑같은 음식이어도 누구에게는 맛있고, 또 다른 누구는 맛이 없을 수 있다. 개개인의 맛 평가를 객관적인 양 기사화를 했으니, 이제 와서 떠올리면 그의 항의가 참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아예 대놓고 주관적인 맛 평가 코너를 마련하기로 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신제품 맛 평가보고서', 줄여서 '지주신맛'이다. 지주신맛은 식음료업계에서 갓 출시한 제품들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기자의 주관적인 맛 평가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지주신맛은 기업의 어떠한 후원도 받지 않고 재정적 독립성을 유지한다.

'아이러브요거트 한끼오트', 과욕과 부담감의 심비오트

▲ 풀무원다논 아이러브요거트 한끼오트 고구마맛, 파인애플맛 제품 전면 ⓒ 시사오늘

직업 특성상 잦은 술자리와 고질적인 수면부족으로 체중이 급격하게 불어났다. 지난여름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7kg 감량 후 다시 배에 붙은 타이어가 소형차 사이즈에서 대형차 사이즈로 늘고 있다.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다. 무조건 덜 먹고, 더 움직여야 한다. 점심 식사를 간단히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한 신제품 출시 보도자료가 눈에 띄었다.

풀무원다논은 가볍고 맛있는 한 끼를 위한 '아이러브요거트 한끼오트'을 출시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귀리와 과일을 넣어 영양을 고루 갖춘 건강 요거트로, 식사 대용식이나 영양만점 다이어트 간식으로 즐기기 좋은 제품이라는 게 풀무원다논의 설명이다. 제품은 고구마, 파인애플 등 두 가지 맛으로 구성됐다. 편의점에서 팔지 않는 제품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지하철을 타고 대형마트로 향했다.

신제품인 만큼, 이벤트 매대에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행사가는 8개입 패키지(1개 100g) 기준 4280원에 다른 맛 2개를 추가로 증정한다. 정가는 4개입 패키지 기준 2980원이다. 가장 대중적인 요거트인 빙그레 '요플레'와 비교하면 꽤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보다 건강한 요거트라고 하니, 일단 지갑을 열어본다.

제품 전면 디자인을 살펴보니,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새하얀 요거트가 커다란 대접에 담겨있고, 그 위에 구수한 귀리와 파인애플·고구마가 가득 토핑돼 있다. '가볍고 맛있는 한 끼'라는 문구가 강조돼 있다. 풀무원다논은 이번 제품 출시를 기점으로 요거트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군을 간편 대용식 시장에 출시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풀무원다논 아이러브요거트 한끼오트 고구마맛, 파인애플맛 제품 측면과 후면 ⓒ 시사오늘

열량은 90kcal, 비타민D(5ug, 1일 영양성분 기준치에 대한 비율 50%) 함량이 높은 편이다. 요거트 속 칼슘의 흡수를 돕기 위해 비타민D를 더한 것이다. 당류는 11g(11%), 다른 요거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어떤 원재료들이 들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제품 후면을 살펴보는데…허걱, 첨가물이 한가득이다. 혼합탈지분유, 변성전분 등은 기본이고, '헬갤러'(헬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들의 기피 대상 중 하나인 말토덱스트린도 들어있다.

말토덱스트린은 요거트에서 끈적거림(점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나쁜 첨가물은 아니지만 다당류이기 때문에 다이어트 중에는 피해야 한다. 더욱이 요즘 시중 요거트 제품에서는 빼는 추세인 첨가물이다. 플레인 요거트, 그릭 요거트 계열 제품은 아니지만 실망감이 들었다.

유산균 함량은 '100억 마리 이상/컵', 앞서 거론한 빙그레 요플레는 '500억 마리 이상/컵'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건강 요거트'라는 자평은 좀 무리수인 것 같다.

고구마 제품과 파인애플 제품의 가장 큰 차이는 귀리 함량이다. 고구마는 증숙귀리(캐나다산)가 2.8%인 반면, 파인애플은 3.5%다. 실제로 확인해 보자. 어머니께서 먹을 걸로 장난치면 벌을 받는다고 하셨지만 독자들을 위해 제품을 개봉해 물로 씻어서 안에 든 건더기만 꺼내 비교해 봤다.

육안으로 봐도 차이가 확연하다. 고구마 제품은 귀리도 덜 들었고, 첨가물 '고구마 통조림' 건더기도 적다. 하지만 파인애플 제품에서는 귀리와 파인애플 건더기가 많이 보인다. 어른 수저로 한 숟가락 정도. 다만, 고구마 제품에는 '고구마농축액'이 2% 들어있다. 건더기를 줄인 대신, 요거트 자체에 고구마를 녹인 셈이다.

▲ 풀무원다논 아이러브요거트 한끼오트 고구마맛(왼쪽), 파인애플맛 제품에 든 건더기를 꺼냈다. 고구마맛 제품 건더기 양이 적은 편이다 ⓒ 시사오늘

우선, 고구마 제품을 열어 한 입 크게 먹어봤다. 귀리의 식감이 새롭다. 일반 오트밀 제품이나 귀리로 지은 밥에서 느낄 수 있는 거친 맛이 전혀 없고, 옥수수 알갱이를 씹는 느낌이다. 고구마 건더기는 쫄깃하게 씹히고, 그 옆에 익숙한 식감도 느껴진다. 음료나 빙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타데코코'가 들어있었다. 식감의 조화가 일품이다. 또한 요거트에서는 고구마 풍미가 진하게 묻어났다.

다음으로 파인애플 제품, 역시 고구마보다 귀리가 더 풍성하게 씹혔다. 하지만 전체적인 식감은 썩 좋지 않았다. 파인애플 건더기와 나타데코코 알갱이가 한 데 엉켜서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첨가된 합성향료 '파인애플향'은 요거트의 단맛을 더 달게 느껴지게 만들어 쉽게 물리게 한다. 파인애플보다는 고구마에 한 표를 던진다.

나는 귀리의 거친 맛을 좋아하는 편이고, 단 음식은 잘 즐기지 못한다. 아이러브요거트 한끼오트는 반대점에 있는 제품이다. 그럼에도 고구마 제품은 무척 맛있게 먹었다. 당분간 자주 사 먹을 것 같다.

▲ 풀무원다논 아이러브요거트 한끼오트 제품을 개봉했다. 요거트는 역시 뚜껑 껍데기다 ⓒ 시사오늘

하지만 전반적으로 실망스런 제품임은 분명하다. 최근 웰빙 트렌드에 맞지 않는 첨가물이 너무 많고, 유산균은 적다. 원유 함량은 표기조차 되지 않았다. 건강한 느낌은 확실히 아니다. 국내 요거트 시장의 강자인 풀무원다논이 왜 이런 제품을 출시했을까.

시장조사업체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풀무원다논의 '풀무원다논 그릭'은 최근 국내 플레인 그릭 시장 점유율에서 일동후디스의 '후디스 그릭'에 밀려 2위로 뒤쳐졌다. 또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다논은 지난해 매출 624억3803만 원, 영업손실 32억2750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늘었지만 적자폭은 4.50% 확대됐다.

식품업계에서 시장 점유율 하락과 실적 부진은 신제품에 대한 부담감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또한 그 부담감으로 신제품에는 과욕(過慾)이 들어간다. 요즘 잘나가는 간편 대용식으로 사업 다각화는 해야 할 것 같고, 귀리에 고구마·파인애플까지 끼워 넣다 보니, 요거트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에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개봉한 영화 <베놈>에서는 '심비오트'라는 외계 생명체가 등장한다. 심비오트는 기생체의 능력을 향상시켜주지만 최종에는 숙주를 먹어치운다. 아이러브요거트 한끼오트, 과욕과 부담감의 심비오트가 되지 않길 바란다. 고구마제품이 너무 맛있었기에, 플레인 제품 출시를 간절히 기다리겠다.

지극히 주관적인 신제품 맛 평가(별 5개 만점)

풀무원다논 '아이러브요거트 한끼오트' 고구마맛 ★★☆ 파인애플맛 ★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