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유한국당과 제3의 길
스크롤 이동 상태바
[칼럼] 자유한국당과 제3의 길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8.11.15 11:2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상호의 시사보기>자유한국당, 탈이념 포괄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112석을 갖고 있는 거대 야당 자유한국당이 표류하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 체제가 공식 출범한지 3개월이 넘었지만 보수의 통합은커녕 아직도 친박과 비박, 잔류파와 복당파, 탄핵에 가담했던 세력과 탄핵에 반대했던 세력 등 지리멸렬한 모습으로 책임 공방만 난무한다. 그러니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가 떨어져도 자유한국당의 지지도는 오르지 않는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해 2020년 21대 총선을 예측해본 결과 현재의 상태로 간다면 자유한국당의 의석수가 40-60석이 된다는 것이다. 21대 총선이 실시되는 2020년 4월 15일까지 1년 5개월이나 남아서 자유한국당은 여유를 부리는 것인가? 도대체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서 무엇이 바뀌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아마추어리즘과 시행착오로 국민들의 생활은 각박해지고 있지만 적어도 대중들은 집권당이 지향하는바 꿈꾸는 세상을 어렴풋이 느낀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언제부터인가 꿈을 잃어버렸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이미 과거사다.

최근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위기는 자유한국당이 가치집단이 아니라 이익집단으로 변했기 때문이라며,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시해야 자유한국당이 다시 국민의 부름을 받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의 패배가 전략의 부재가 아니라 가치의 부재였다는 측면에서 일면 공감할 수 있는 지적이다. 최근 보수가치 논쟁에 자유한국당 뿐만 아니라 보수 시민단체들까지 가담하고 있다. 그런데 답답한 것은 아직도 이들의 담론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 주변을 맴돌며 진영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전통적 보수·진보의 이념적 프레임에 갇혀 왜 스스로를 반쪽의 틀에 가두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필자의 기준으로 보면 자신은 물론 상대를 보수나 진보, 우파나 좌파로 규정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청산해야할 적폐라고 생각한다.

파당적 논리가 지배적인 정치판에서 이념을 넘어서 이슈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말하면 정체성이 없다고 비난한다. 심한 경우 배신자로 낙인을 찍는다. 배신의 논리 때문인가, 선거 때 수 십 년 동안 소속 정당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고 진영논리를 이념 논쟁으로 포장한다. 한국정치가 갖고 있는 패거리 정치의 단면이다. 패거리 정치의 가장 큰 폐단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집단적 사고의 포로가 된다는 것이다. 상대가 한 이슈를 선점하면 개인차원이건 정당차원이건 그 이슈를 보완하여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만 부각시켜 사장시키려 든다. 정당의 관계가 경쟁적 관계가 아니라 전투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전투적 관계에서 합리적 토론과 교차투표(cross voting)는 불가능하다. 전투적 관계는 대통령제 승자독식의 권력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정당을 전투적 관계로 방치해 두면 의회정치와 정당의 발전은 요원하다. 헌법개정을 통해서 권력구조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전환하고 정당 간 관계를 백화점식 경쟁구도로 바꿔야 한다.

대중정당(mass party)이 이념정당에 기반하고 있다면 포괄정당(catch all party)은 이슈정당에 기반하고 있다. 이념정당은 전투적 관계를 조성하고 이슈정당은 경쟁적 관계를 조성한다. 정당은 간부정당(cadre party)에서 대중정당(mass party)으로 그리고 대중정당(mass party)에서 포괄정당(catch all party)으로 발전되고 있다. 선진정치에서 포괄정당(catch all party)이 아니면 집권하기 어렵다. 다원화 된 현대사회에서 바람직한 다당제의 형태는 포괄정당과 특화된 이슈정당 그리고 이념정당이 공존하는 형태다. 집권의 형태는 포괄정당이 중심이 되어 특화된 이슈정당이나 이념정당과 연정의 형태가 될 것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대중정당(mass party)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탈이념 포괄정당화 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선과 지방선거의 승리로 자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탄핵과정에서의 분열과 선거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 혁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탈이념 포괄정당화를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유튜브-TV를 장악한 소위 보수 우파 개인방송들의 추이를 보면 처음 출발할 때는 방송내용이 중도 우파 성향을 보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독 수를 늘리겠다는 욕심에 극단적인 우파 성향으로 변해간다. 단기적으로 실시간 조회 수를 늘여서 광고 수익을 올리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념적 함정에 빠져 자멸하는 길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러한 정파적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한국정치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정치문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보수 우파 정당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탈이념을 선언하고 이념정당에서 이슈정당화 하고, 대중정당(mass party)에서 포괄정당(catch all party)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탈이념 포괄정당(catch all party)의 길이 자유한국당이 회생할 수 있는 제3의 길이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
-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문제 2018-11-15 21:52:18
강상호교수의 논리,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찬탄의 박수를 보내드린다.
나라의 발전과 미래를 기약하려면 강교수의 신념,철학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여 소위 신세력화 내지 새로운 물결로 승화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가치관의 형성과 행동이 필요한 싯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