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연말 인사 시즌이 돌아오면서 재계와 금융권 등 전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심지어는 몸을 낮추며 움츠리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시사오늘>이 최근 한 업계의 CEO 관련 기사를 내보내자 즉각 전화가 와서는 “연말 인사철이다. 우리 CEO도 인사 대상이다. 좋은 기사 고맙지만 가능한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정중하게 부탁을 해 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인사는 ‘태풍’에 가까울 것이란 얘기를 종종하곤 한다. 각 업계의 인사철 분위기를 살펴본다.
올해는 재계에 있어 ‘세대교체’의 해였다고 말해도 모자람이 없다. 40여년간 LG그룹을 이끈 고(故) 구본무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40대의 어린 총수가 매출 규모 160조 원의 거대 그룹을 이끌게 됐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구광모 LG그룹 신임 회장은 이번 하반기 임원 인사를 통해 자신의 우군을 확보한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구 회장은 정기인사를 통해 신규 임원인 상무를 134명 승진시키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는 구 회장보다 1살 어린 임원도 포함됐다.
포스코도 신임 회장의 의중에 따라 매년 2월 이뤄졌던 정기 인사를 12월로 앞당겨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모든 회장 후보진을 내부 인사로 선정하며 ‘포피아’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최 회장이 제창한 ‘100대 개혁과제’를 기반으로 외부의 요구를 수용할 전망이다.
일례로 최 회장은 그간 회장직이 이사장직을 겸임해 왔던 포스코청암재단에 외부인사를 영입했다. 이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재단 운영의 전문성과 공익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황태자로 불리는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서면서 대대적인 인사 쇄신이 예고됐다. 지난 9월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경영 업무 전반을 총괄하게 된 정 수석부회장은 이미 중국시장에 무게를 둔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하반기 인사를 통해 어떤 변화를 야기할지 주목하는 상황이다. 특히 정몽구 회장의 복심이었던 중국사업총괄 고문이 물러났다는 점에서, 정몽구호(號)가 아닌 정의선號의 발족이 예상보다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이미 진행된 대표이사 사장단 인사보다는 후계자로 꼽히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의 부사장 승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인 김 전무는 한화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태양광 분야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CJ그룹에서는 새로운 얼굴을 그룹으로 불러들임으로써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밑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재현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신임 CJ주식회사 공동대표이사를 통해 경원권 승계의 포석을 뒀다는 평가다.
이와 별개로 세대교체를 일찌감치 마무리한 그룹에서는 ‘안정화’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할 여지가 크다. 실제 취임 20주년을 맞이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이 호실적을 이끌고 있는 만큼, 자신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둔 인사 정책을 펼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최대 수혜를 받을 곳으로 사회적 가치 경영을 실행하고 있는 ‘기업문화실’이 꼽힌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이 사회적 가치 경영의 선봉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해당 조직의 기업문화실 수장들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신세계그룹도 지난 2015년 인사를 통해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의 ‘남매 경영’이 자리를 잡았기에 안정적인 조직 개편이 예견됐다. 다만 신세계에서 1조 원 투자를 유치한 온라인사업 부문에 대해서는 초대 수장에 누가 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장수 CEO들의 거취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다른 이유에서 안정화 작업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8개월간 구속수감됐다. 신 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났지만, 대법원 재판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롯데 그룹으로서는 향후 신 회장의 부재를 염두한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금융권에서도 대규모의 인사가 예고됐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100명이 넘는 CEO·임원들의 인사이동이 단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대훈 농협은행장을 시작으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임기만료가 다가오면서 은행장 인사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다.
이 행장의 경우 이미 목표 순이익을 초과 달성하면서 연임이 유력하다. 함 행장과 위 행장도 호실적을 견인했지만 각자 ‘채용비리’ 의혹, ‘남산 3억 원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보험·카드·증권가에서도 15명의 CEO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