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경사노위, 균형잡고 '대통합(大統合)' 성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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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경사노위, 균형잡고 '대통합(大統合)' 성취를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8.12.01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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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약 복지국가 목표돼야
양보·타협·상생의 場 구축을
大타협기구 勞경사 등은 문제
獨 하르츠 개혁 시대교훈 중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새로운 국가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공식 출범했다.

경사노위는 경제·사회적 핵심 현안들을 사회적 대타협으로 풀기 위해 기존 노사정위원회 참여 대상을 대폭 넓혀 만든 기구다. 노사 단체뿐 아니라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대표들까지 참여한다.

현행법상 18명으로 구성된 최고 의결기구인 본위원회가 민주노총 불참으로 17명 체제로 출발하게 됐다. 1998년 외환위기 한복판에서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한 지 20년 만에 새로운 틀을 갖췄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노사정위원회를 계승, 노사 현안과 관련 정책을 포괄적으로 협의하게 된다. 노동계의 경우 기존 양대 노총 위원장에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가 더해졌다. 경영계도 경총과 대한상의 회장만 참여하던 것에서 중소ㆍ중견 기업인, 소상공인 대표로 구성이 다양해졌다.

국민이 경사노위에 거는 기대는 크다. 국민적 기대가 쏠리는 것은 당면한 노사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 격차 해소나 저성장과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바람직한 산업, 노동, 사회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국민연금 개혁 등 앞으로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타협을 모색해야 할 현안은 하나같이 민감하고 폭발력이 강한 사안들이다. 새로 출범한 경사노위가 대결보다 협력을 요구하는 시대적 소명을 과연 제대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 집중 진단이 필요하다.

다양한 목소리 반영 의지

경사노위의 출범은 기술변화에 따른 환경이 급변하고 갈등 양상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시대상황에서, 사회적 대화와 타협 없이는 우리 국가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존 노사정위와는 분명히 다르다. 그동안 노사정 대화에서 배제됐던 여성·청년·비정규직 대표자와 중견·중소 기업 및 소상공인 대표를 참여시킨 것은 노사 쪽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산하에 설치될 각종 의제별·업종별 위원회와 특위도 주목된다.

이미 가동중인 ‘국민연금 개혁 특위’나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입법과제를 공익위원안으로 제시한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산업안전·보건 등 하나같이 국민들 삶과 직결된 사안들이다.

과제 산적…최대현안 탄력근로제

우리 사회가 대타협으로 풀어야할 과제들은 실로 산적해 있다. 비정규직 문제, 노동시간 단축 등 당면 현안도 많고, 고용 없는 성장, 경제 불평등, 저출산 고령화 등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도 적지않다.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의 추락을 부르고 노후를 위한 정책이 미래세대의 부담을 좌우하듯 현재 우리가 당면한 많은 문제들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다. 실제 경사노위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당장 눈앞의 큰 현안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다.

탄력근로 확대는 노동계가 격렬히 반대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은 경영계의 저항이 거세다.
업무 특성상 집중근무가 요구되는 정보기술(IT), 건설업종 등 일부 업종에서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의 현실적 필요성이 엄존한다.

탄력근로제 기간을 무턱대고 늘려주는 건 답이 아니다. 근로자 건강권이 훼손되거나 연장근로수당이 주는 문제가 있어서다. 객관적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기간 연장이 필요한 업종을 골라내고, 순작용과 부작용을 따져 보완책까지 내놓아야 한다. 이해관계자가 다 모여 있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에서 제대로 다뤄야 한다.

당장 국회의 요청으로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시간제도개선위 구성을 의결했다. 관련 국회 논의는 경사노위 결과를 지켜보며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연금 개혁도 핵심 논의 과제다.

현행 국민연금 구조는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령인구 비율이 높아지면 지금 제도로는 버텨내기 힘들다. 국민연금 개혁에는 보험료율 인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종합적인 추가논의가 필요하다.

진행 중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논의도 갈무리해야 한다. 이미 공익위원 안이 나왔지만, 전체 합의안 도출은 내년 1월 말까지로 넘겨진 상태다. 경사노위는 차량공유 서비스 확대 등 이해관계가 얽힌 주요 쟁점 현안들을 국민 눈높이에서 다루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청년유니온,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회원들이 지난 달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에 맞춰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권 보장, 취약 계층에 대한 이해 대변 등 정책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경도된 자세들

경사노위가 국민적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전제 조건들이 있다. 무엇보다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열한 대립구도속에서 어는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들거나 기울어져선 안된다. 오히려 갈등이 더 확대될 수 있다. 국가사회 공동선의 입장에서 엄정 중립을 지키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럼에도, 출범과정에서 일부 경도된 자세들은 향후 경사노위의 역할과 운영에 우려를 낳게한다.

경사노위가 홈페이지 첫 화면에 ‘노동존중사회를 위한’ 위원회라고 공개적으로 못 박은 것은 문제를 제기케 만든다. 과연 경영계와 노동계, 소상공인, 청년 등 각계 의견을 중립적으로 다루는 대화의 장이 될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게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민노총 강경 지도부 출신인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를 이유로 민노총이 벌인 총파업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민노총 총파업은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동계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할 기구의 책임자가 거리 투쟁을 잘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편파적 운영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 관행 개선위원회가 해고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고 미리 발표해버린 것도 지나치다.

ILO 협약 비준은 노동계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가 반대하는 사안이다. 아무리 민노총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하지만 경영계 등 다른 협의 상대와 내부 논의도 하기 전에 먼저 발표한 것이라면 사회적 대화기구라고 부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단, 경사노위의 향방은 탄력근로제와 ILO 협약 비준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여야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에는 민노총은 물론이고 경사노위에 참여한 한국노총도 반대를 분명히 하는 ‘뜨거운 감자’라는 점에서 앞으로 경사노위의 성공적 역할을 가르는 측정대가 될 것이다.

공정성 중립성이 관건

한마디로 경사노위는 국가 사회적 책임에 걸맞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야 한다. 공정성과 중립성이 최대 관건이다.

노동계에 치우치거나 사용자 편을 들거나 정부 눈치를 봐서도 안 된다. 그랬다간 갈등의 조정이나 타협은 고사하고,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이나 공정성도 필요하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만큼 기울어진 논의는 위원회 동력을 떨어뜨린다. 같은 맥락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사노위 출범과 관련, "사회적 대화의 주체는 노동계와 경영계며, 정부는 공정한 중재자로서 이견을 좁히고 정책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은 주목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협하고 양보하며 고통을 분담하려는 참여 주체들의 자세다. 경사노위가 주어진 과제들에서 적절한 합의를 이끌어내려면 참여 주체들이 개별 집단의 이익만 고집하려 해서는 안 된다. 다른 주체의 의견도 경청하면서 조금씩 양보하고 조정해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경사노위가 힘을 얻으려면 정부나 국회가 경사노위의 결정을 기다리고 존중해야 한다.

민노총 대승적 참여를

또 하나, 경사노위의 정상운영을 위해서는 민주노총이 반드시 들어와야 한다. 민노총이 빠진 사회적 합의는 토대가 약하고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노총은 1999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반대해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20년째 노사정 대화기구에 불참하고 있다. 장외에서 투쟁의 목소리만 높이는 것이 과연 민노총의 장래를 위해 도움이 될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과거 노사정위 참여의 트라우마나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불만을 이해 못 할 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노동친화적인 정권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사회적 대화의 자리에 불참해 얻을 실리가 과연 무엇인지 실로 의문이다.

사실,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를 요구한 민노총 총파업 자체는 불법이다.

임금 등 근로 조건에 대해 찬반 투표나 노사 교섭, 냉각 기간 같은 법적 절차를 거쳐야 파업할 수 있다. 그런데 9만여명 총파업 참가자 가운데 대다수인 7만7000여명이 올해 임·단협 교섭을 이미 끝낸 현대·기아차 노조원들이다.

최소한 민노총 총파업 참가자의 85%는 불법 파업을 벌인 셈이다. 노동 관련법엔 이런 경우 고소, 고발이 없어도 정부가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 이래선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노총이 불참한 상태에서 열린 경사노위 출범 회의에서 "민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민노총의 빈자리가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연내 확대 도입'에 대해 "국회에 시간을 더 달라고 부탁하겠다"고 도했다. 민노총이 반대하니 당장 국회 입법이 곤란하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도 민노총으로 경사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노총의 계속적인 불참은 경사노위의 기능과 역할을 더 왜곡시킬 뿐이다. 경사노위 권고대로 민주노총은 하루라도 빨리 대승적 차원에서 경사노위 본위원회와 산하 위원회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 교훈 되새겨야

시대사적으로 경사노위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두가지 국내외 사례가 있다. 하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다른 하나는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다.

먼저 국내 경우를 보자. 노사정 협의체는 20년 전 외환위기의 산물이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 시절이던 1998년 1월에 처음 노사정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이후 노무현·이명박정부에서도 노사정위를 통한 대타협 시도가 있었다.

주목할 것은 박근혜정부 때다. 3년 전 노사정위원회는 9·15 합의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합의문은 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쓰레기통에 박혔다. 정부가 5대 노동개혁을 강행하려 하자 한노총은 대타협 파기를 선언하고 노사정위에 발길을 끊었다.

아예 불참했던 민노총은 총파업으로 맞섰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이끌던 문재인 대표도 강한 태클을 걸었다. 2016년 봄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제2당으로 전락하자 노동개혁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국외의 경우는 다르다. 독일 슈뢰더 전 총리(재임 1998~2005년)는 친노동 성향의 사회민주당 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노조에 끌려다니지 않았다. 그가 주도한 하르츠 개혁은 장기 실업급여를 삭감한 게 골자였다.

지급 기간을 나이별로 차등했다. 젊은 사람은 짧게, 중장년층은 오래 줬다.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우선 일자리부터 구하라는 취지였다. 슈뢰더는 2005년 가을 총선에서 보수 기민당 출신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정권을 내줬지만 하르츠 개혁은 독일 경제를 살찌우는 밑거름이 됐다.

경사노위는 민노총 없이 출발했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강성 민노총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사노위가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하르츠 개혁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독일은 하르츠 개혁을 통해, 네덜란드는 바세나르 협약을 성사시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룬 바 있다. 그것은 경제와 사회의 대전환으로 이어졌다.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저성장·고실업 위기 상황에서 멈춰선 경제를 다시 도약시키고 복지국가 기반을 다졌다.

한마디로, 사회적 대타협의 ‘성공사례’로 강조되는 독일 하르츠 개혁과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의 교훈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정책 추진이 생산성 증대로 이어져 기업 등에도 유리한 결과를 이뤄냈다는 점이다. 이 교훈을 잊어선 안된다. 민간의 자율적 의지는 정부의 어떤 정책보다 강한 힘을 갖는다.

새로운 사회문화 창출을

한국의 현실은 첨예한 갈등 수위에 비해 타협의 전통이 부족하다. 경사노위는 이제 새로운 사회문화를 창출해내야 한다는 사명을 갖게 됐다.

경제·사회적 갈등이 난마처럼 꼬인 한국 사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장(場)인 경사노위의 출범은 실로 의미가 크다. 경사노위가 각 주체 간 대화와 설득, 양보의 미덕을 통해 대타협을 도출하는 균형 있는 사회적 대화 기구로 성장, 큰 역할을 해 나가길 바란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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