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2019년 ‘기해년’이 밝았습니다. 국내 자영업자들에겐 올 한해가 반가울 것만 같진 않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최저임금인상’ 때문이죠.
지난 1일을 기점으로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올랐습니다. 지난해 최저임금(7350원)보다 10.9%가 늘어난 수치입니다. 기본급 외 주휴수당을 합하면 시간당 임금은 1만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지난해 사상 최대폭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던 터라, 올해 두자릿수 인상에 따른 여파는 더욱 클 전망인데요.
실제 음식점·카페 등 창업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시사오늘>은 12월 말부터 현재까지 올라온 몇 가지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살펴봤습니다.
“말 많던 최저임금인상 오늘부터 적용이네요. 다들 대책있으신가요? 이건 뭐 알바비 아끼려고 제가 12시간 다 일해야 할판입니다요.”
“이러니 대기업들도 무인 시스템 늘리는거 아니겠어요? 그럼 또 일자리 없어진다 말 나오겠죠. 불 보듯 뻔한 결과네요.”
“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제 살린다고 하는데, 취지만 좋으면 뭐합니까. 누구를 위한 인상인지 현실의 상황을 봐 가면서 올려야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회사원들 워라밸인지 세상 좋아졌다고 말들 많은데 진짜 자영업자들 속 모르는 소리다. 내가 택한 길이라 누굴 탓할수는 없지만 정부 해도해도 너무한다. 올해 시작된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내년 걱정에 속이 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가격 인상, 직원 축소 등 어려운 선택을 했다는 탄식도 많았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무조건 적자다. 작년 11월에는 서빙 직원도 뺐다. 서비스 측면이 나빠지는걸 알면서도 해고해야 했다.”
“장사 잘되는 곳이야 상관없다. 1인 식당 체제로 운영되는 곳 희망이 없다. 임대료는 오르지 알바비 더 주라하지, 그냥 가게 문 닫으라는 소리다.”
이처럼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업주의 고민이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들의 목소리였습니다.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들이 직원들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임금 인상 자영업자들만 반대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최저임금인상이 노동자와 취약계층을 위한다고 떠들면서 결국 업주가 일자리를 없애버리면 임금은 어디서 받나요. 통계가 말해주는 걸 왜 모릅니까. 당장 일거리도 없고 돈도 못벌고 죽겠네요.”
“서울에서 돈벌이 없이 지내기가 어려워 휴학하고 알바를 구하려는 중인데 대부분 짧은 시간대의 근무만 모집을 하더라고요. 하루에 3시간만 일하는 카페 아르바이트 구한다고 해서 갔더니 벌써 구했다네요. 사실 3시간은 용돈벌이도 안 되고...큰일이네요.”
실제 알바 구인·구직 서비스를 하는 알바콜에서 지난달 26~28일 이틀간 자영업자 240명을 대상으로 “2019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달라질 점이 있느냐”라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7.3%가 직원 채용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가족경영, 가족근무시간 증가와 본인 근무시간 증가 등을 통해 주휴수당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견이 31.6%에 달해, 그만큼 알바 자리가 줄어들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이와 맞물려 최근 편의점이나 카페들의 ‘쪼개기 알바’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지난해에 이어 올 한해도 최저임금 관련 자영업자는 물론, 구직자들의 하소연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연말연초 어디선가 들리는 말이죠. 과연 올해의 시작과 끝에는 어떤 대답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벌써부터 2020년이 걱정된다는 한 자영업자의 말을 떠올리니 반가운 답변은 아직 먼 일인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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