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공사현장은 곳곳에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한순간의 방심이 안전사고를 부를 수 있다. 사망자가 생기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일단 공사는 중단되고, 감독당국의 긴급점검이 이뤄진다. 건설사는 중대재해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는 걸 막아보려 애를 쓰지만 대부분 헛수고에 그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신년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안전사고 예방 노력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 노력으로 작년에 사망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그만큼 성과가 생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의 예방 노력 덕에 지난해 타워크레인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없었다니 높이 평가할 일이다.
2016년 이후 타워크레인 중대재해가 급증한다. 이에 국토부는 2017년 말 정부합동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하며 사고 예방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타워크레인 사용 연한에 맞춰 주요 부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의무화하고, 사고 발생 시 타워크레인 조종사 면허취소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타워크레인 현장 점검과 검사 대행자 불시 점검도 진행했다. 마침내 국토부는 지난해 말 ‘타워크레인 사망사고 제로’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할 수 있었다.
평가는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사망 사고가 없었다는 게 정말 타워크레인을 사용하는 건설 현장이 안전해졌다는 의미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현장 근로자들의 생각은 문 대통령의 판단과 많이 다른 것 같다. 단지 사망 사고가 없었을 뿐 사망으로 이어질 뻔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3일과 20일에 인천과 부산에서 타워크레인이 꺾였고, 다음달인 12월 13일에는 부산에서 타워크레인이 도로 쪽으로 넘어졌다. 타워크레인 사고는 올해도 일어났다. 지난 2일에 서울 청담동에 있는 빌라 신축 공사장에서 2.5톤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 당시 크레인 안에 사람은 없었고, 주변에 있던 근로자들도 대피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건설업은 특성상 안전사고가 잦은 산업이다. 통계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재해율(전체 근로자 중 재해근로자 비중)은 0.84%로 2008년 0.64%를 기록한 이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근로자 1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 비율인 사망만인율도 지난해 1.90%로 전체 산업 평균 1.05%보다 높았다.
대형건설사 한 현장소장은 “안전사고 원인을 콕 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안전사고를 줄이려면 공사비를 늘리거나, 안전관리비를 늘리거나, 작업자 스스로 안전을 잘 준수해야 한다”면서 “발주처나 시공사에서 저비용 고효율만 따져 어떻게 하든 공사를 싸게 하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건설업계에서는 안전사고 문제와 관련해 적정 공사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건설사는 최소한 적정 공사비를 받아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빠듯한 공사비에 공사기간을 단축하려고 서두르다 보니 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변한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는 공사비 인상보다 기형적인 하청구조를 개선해야 안전사고는 물론, 건설업 폐해를 해소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올 겨울 곳곳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있었다. 고시원 화재, 강릉 펜션 가스누출, 온수관 파열 등 잇따른 사고에 국민 불안도 극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안전 분야의 성공사례로 타워크레인 사망사고 제로를 콕 집어 언급하자 의아해하는 건설인이 많았다. 정부에서 좋은 것,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 것 아니겠는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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