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플러스알파와 北고민 ´주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다음 달 말 개최 합의로 급물살을 탐에 따라 비핵화 쟁점을 둘러싼 셈법과 향방 또한 예의주시 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보유국 수순의 분수령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여러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쓴 지난 20일 블로그 논평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두 살라미 방식(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면서 잘게 나눠 대응하는 전략)으로 갈 수 있다며 그 경우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남게 될 거라는 데 무게를 뒀다.
또 이를 위해 북한은 ‘김정은식 톱다운 외교방식’을 활용, 미국 정상과 실무팀을 나눠 대응하는 '핵 굳히기 전술'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미국으로 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해 6‧12 싱가포르 때처럼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전하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통해서는 스웨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나 종전의 살라미 방식인 핵군축협상 제안을 다시 벌이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미국 역시 미 본토에 실질적 위협이 될 북한의 ICBM(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 등만 억제하는 선에서 북한과의 타협 지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태 전 공사의 우려점이다. 그는 “이미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향후 미북 정상회담의 목표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위협 제거라고 한 바 있는데 이는 북한이 ICBM만 없애주면 대북제재를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일갈했다.
21일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도 국회에서 가진 정치 토론회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쟁점은 “미국이 북한의 핵을 용인하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본다”고 가늠했다. 전 논설위원은 “한국이 자주적 방어 의지가 없으면 미국은 떠난다. 지금 이대로 가면 트럼프는 ICBM 등을 중지시키는 대신 북한 핵을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일침을 가했다.
나아가 한미동맹이 주한미군 철수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최근 <시사오늘>과의 서면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봉쇄를 목표로 하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안보전선에서 주한미군의 가치와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며 “그 결과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경제적 이익의 관점에서 한국에게 더 많은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철저하게 파고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때문에 “만약 문재인 정권이 트럼프의 주둔 비용 부담요구를 거절하고 김정은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보다 전향적인 핵 타협 양보안으로 트럼프를 유혹하는 데 성공한다면, 트럼프는 자신의 탄핵문제에 집중된 미국 내 여론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시리아로부터 일방적으로 미군 철수를 단행한 것처럼 주한미군철수 문제에 시동을 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거꾸로 미국이 어정쩡한 비핵화 제스처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경우 지난 16일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북미 협상 간 협상의 최악의 시나리오로 “미국의 주류는 어정쩡한 비핵화를 선호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며 “그래야 (한반도 내) 자신들의 이익을 오랫동안 극대화시킬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정 대표는 “따라서 (북미 간) 협상을 통해 공식적으로는 완전한 비핵화,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추구하되 실제는 ICBM 폐기를 차선의 목표로 세울 수 있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북한도 미국의 차선책 조치가 나쁘지 않을 거라는 게 정 대표의 짐작이다. 그는 “완전한 제재 해제는 아니더라도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중국과의 정상적인 무역 협상을 보장받을 수 있을 정도의 제재 완화가 이뤄진다면 ICBM 정도는 거래를 하는 게 북한으로서도 나쁘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경우는 지난 8일 북미 관계 전망 논평에서 미국 관료와 트럼프 대통령 시각으로 나눠 북미 정상회담 향방을 점쳐 눈길을 끌었다. 그에 의하면 제재가 유지되는 한 시간은 미국 편이라고 보는 미국의 관료들은 북한이 기존의 핵까지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 핵 신고 리스트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래의 핵 능력 또는 미사일 능력 제한과 제재 완화를 교환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상황이라고 봤다. 그런 점에서 “(북미 간) 2차 회담이 이뤄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듯 제재는 계속해서 유지할 가능성이 높되 정치적인 측면, 예컨대 북미 간 관계 개선 조치 혹은 한미 동맹에 관한 부분에서 협상의 대가를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결국 “불완전한 북한의 비핵화 혹은 불완전한 제재 완화 해제가 교환되는 방식으로 상황이 전개되거나 아니면 작년 하반기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한편 북미 양측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한다는 큰 선에는 합의했으나 구체적으로 흡족할만한 논의는 하지 못한 것 같다는 관점도 제기됐다.
태영호 전 공사는 앞선 논평에서 북한이 기관지 노동신문 등에서 “김영철이 방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면담한 것 등에 대해 일체 알리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이를 판단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으로서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트럼프와 마주하겠다고 선언했고 그 연속공정으로 김영철이 미국에 가게 됨으로 주민들에게 선전용으로라도 보도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점으로 봐 북한도 향후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에 아직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했다.
전경만 한국전략연구소 석자위원(남북사회통합연구원장)도 북미 간 협상의 순항 여부는 두고 봐야한다는 견해다. 전 위원은 2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북미 간 2차 정상회담의 비핵화 쟁점을 둘러싼 셈법에 대해 “일단 시기만 2월 말로 하고, 스웨덴에서 장소와 의제 관련 실무협상을 벌이고는 있지만, 일차적으로 트럼프와 김영철 간 워싱턴DC 만남에서 만족할만한 협상을 못낸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영변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제재 완화와 한미동맹 내지 주한미군의 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면, 미국 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해야 할 트럼프로서는 핵 신고 리스트 제출 등 모멘텀을 맞을 플러스알파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김영철로서는 숙제를 안고 갔을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이 있기까지 한 달 여 동안 실무협상 과정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야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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