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쇼호스트를 잘 봐요. 연예인 쇼호스트는 얼굴에만 신경 쓰는데 진짜 중요한 건 손이죠. 사람들은 손으로 아끼는 물건을 잡으니까. 쇼호스트의 손이 고객의 손이 되고 손은 다시 고객의 목소리와 눈이 돼요. 연예인들은 그걸 몰라요. 가장 중요한 것은 손과 목소리죠.”
영화 ‘조이’에 나오는 대사 중 일부 입니다. 이 영화는 TV홈쇼핑 채널을 통해 자신이 발명한 밀대걸레를 팔아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된 ‘조이 망가노’의 실화를 담은 작품입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되는 대사일 겁니다. 실제 홈쇼핑을 애청하는 소비자들은 상품 보다도 쇼호스트의 말과 손에 사로잡힙니다. ‘오늘만’, ‘최저가’, ‘놓치면 후회’ 홈쇼핑을 시청할 때 꼭 한번쯤은 듣게 되는 말이죠.
어떤 소비자는 “살 마음이 없다가도 나도 모르게 시청하고 주문하게 된 적이 몇 번 있더라”며 자신도 모르게 홈쇼핑에 매료된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쇼호스트의 입담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마법과도 같죠.
문제는 이들의 지나치고 과장된 입담에 제품을 구입했다가 소비자들이 실망하는 일도 비일비재 하다는 것입니다.
<시사오늘>은 30~40대의 주부들이 일상을 공유하는 ‘맘 카페’(가칭)에서 홈쇼핑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맘’(MOM)들의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보통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주를 이루는 만큼 먹거리와 안전성이 특히 요구되는 제품의 후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명절에 홈쇼핑에서 갈비를 구입했는데 정말 최악이에요. 비교적 싸고 괜찮아 보여서 구입했는데 살점은 거의 없고, 뼈 주변에 기름 덩어리까지.. 제품은 다 쓸려서 엉망이었어요. 그대로 반품 요청했는데 명절 대목이라 택배가 늦어진다며 그냥 자체 폐기처리 해달라고 부탁까지 하더라고요. 돈은 받았으니까 됐지만 좀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네요.”
“LA갈비 주문했는데 정말 끔찍한 맛이더라고요.. 요리명장이고 호주 청정우라는 등 다 과장광고에요. 맛 없고 질기고....좀 저렴해서 살려다 돈만 버렸네요. 다시는 안사렵니다ㅜㅜ”
“홈쇼핑에서 먹거리, 특히 고기는 절대 사는게 아닙니다. 전 10이면 10 다 실패했어요. 특히 양념갈비.”
이같은 내용에 공감을 누루는 주부들이 더욱 많았는데요. 이런 실정에도 여전히 고기와 관련된 방송에서는 최정상급 제품인 것처럼 방송이 되고 있으니 하루 빨리 시정해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저렴한 제품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알뜰한 주부들의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롯데홈쇼핑이랑 CJ오쇼핑에서 5만 원 이하의 패션 상품 판매되는 걸 보고 저렴한 상품을 엄청 프리미엄 상품인 것 마냥 광고하더라고요. 아무리 쇼호스트들이 좋게 설명한다고 그 제품이 진짜 좋은 것만은 아닌데..”
“아무리 쇼호스트들이 설명 잘 한다해도 나한테 맞지 않으면 말짱도루묵이죠. 패션상품의 경우 모델 사이즈는 55가 기본이고, 통통하거나 뚱뚱한 여자 모델도 있으면 안 되나.ㅎㅎㅎㅎ어떤 제품이든 객관적으로 보고 사야해요!”
“홈쇼핑 보면 정말 이해 안되요. 팩트가 무슨 주름살을 감춰주고 커버도 기본, 촉촉함도 기본입니까? 현장에서 보여주는 것도 완전 맨 얼굴에 발라주는 것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과장광고라고 생각하면서도 사람 마음 홀리게 만드는 요물 같네요. 근데 님들 진짜 고소영 팩트, 야노시호 팩트 괜찮나요?”
“홈쇼핑에서 쇼호스트들 말만 들으면 못살 제품 하나도 없음. 단점을 말해주는 게 더 솔직하고 소비자 신뢰도가 올라갈 것 같은데 . 반품이 쉽게 되니까 일단 주문 하게 만드는 게 최우선에 두는 듯 하다.”
실제 홈쇼핑은 반품이 용이해 주부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쇼호스트는 방송 내내 반품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계속해서 언급합니다. 그러나 일단 제품이 온 순간 반품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 소비자가 직접 시간을 쏟아야 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보니 일부 소비자는 반품 시기를 놓쳐 자연스레 제품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단 팔고 보자’ 식의 홈쇼핑 판매가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해부터 홈쇼핑 과장·허위광고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였음에도 여전히 근절되고 있지 않은 홈쇼핑 판매 방송. 하지 말라는 것만 교묘하게 피하는 것이 아닌 이같은 소비자들의 솔직한 후기를 받아들이고 개선해야 하는 게 홈쇼핑 업체의 과제가 아닐까요.
좌우명 : 한번 더 역지사지(易地思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