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SK㈜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다음달 5일 최 회장의 이사회 의장직 사임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 의장직에서 최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사안인 데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실정인 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은 크게 셋으로 엇갈리는 분위기다.
우선, 긍정적인 평가다. 최 회장은 최근 본인이 내세우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스스로 실천하는 차원에서 이번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기능을 강화, 경영투명성을 제고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포석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의 독립성을 적극 보장한다는 행보를 보임으로써 기존 주주와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새로운 투자자 유치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가 부양 등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회사에 대한 이미지 쇄신 효과는 덤이다.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최 회장은 지난해 연말 자신이 가진 SK㈜ 지분 5.11%를 친족들에게 나눠줘, 현재 본인의 지분율이 18.44%로 떨어진 상황이다. 친족들에게 돌아간 지분이 모두 그에게 우호적인 지분이긴 하지만 최 회장의 표면적인 지배력은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 SK㈜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면 최 회장의 영향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가 불러오는 전형적인 부작용 발생에 대한 위험도 있다. 바로 경영효율성의 저해다. 특히 최근 재계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그리고 내년 총선을 비롯한 국내 정치적 문제로 경영활동에 안개가 낀 상황이다. 이 가운데 최 회장은 되레 그룹 차원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든 셈이다.
아울러, 최 회장의 이번 결정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SK그룹의 고민은 지배구조 개선이다. 덩치가 커진 SK하이닉스를 활용해 계열사 간 인수·분할합병 등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생겼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SK하이닉스의 2대 주주(지분 9.1%)다.
SK그룹과 최 회장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로 친정권 행보를 보여주고, 후일을 도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최 회장이 물러난 이후 SK㈜ 이사회의 차기 의장은 사외이사가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염재호 고려대 총장을 비롯한 2~3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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