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신세계그룹 정용진·유경 남매의 엇갈린 실적이 주목된다. 지난해 기준 실적 측면에서는 동생인 정 총괄사장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2015년 말 신세계는 정 부회장이 주력 계열인 이마트를 맡고, 동생인 정 총괄사장이 백화점과 면세점을 담당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정 부회장의 주력 사업인 이마트는 내리막길을 걷는 한편 정 총괄사장은 업계 전반적으로 어려웠던 면세사업을 일으키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백화점·면세점·화장품 사업 호조에 따라 지난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33.9% 증가한 5조1819억 원, 영업이익은 14.8% 증가한 3970억 원, 당기순이익 역시 32% 증가한 2819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기존의 백화점 사업이 업계 상위권을 유지한 것을 제외하면 면세·화장품 사업 신규 투자가 매출 견인에 유효했다는 평가다.
이에 정 총괄사장은 조용한 경영 행보를 보이며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이다. 정유경 사장은 지난해 본업인 백화점 뿐 아니라 자회사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자회사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7월 서울 시내면세점인 강남점과 8월 인천공항 T1 면세점을 오픈하며 매출이 대폭 늘었다.
신세계디에프는 전년 대비 118.3% 급증한 2조8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신규점 출점 이후인 4분기 매출은 64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8% 뛰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화장품 사업 호조에 힘입어 매출이 14.6% 증가한 1조2633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18.3% 급증한 5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2년 인수한 비디비치는 2017년 처음으로 흑자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 연매출이 1200억 원을 넘어섰다.
반면 정 부회장이 맡고 있는 이마트는 지난해 말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직격타를 맞았다. 이마트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9% 줄어든 4628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4분기 실적이 급감했다. 이마트의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2260억원, 영업이익은 58.9% 감소한 614억 원으로 집계됐다.
4분기 기준 할인점 사업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53.1% 감소한 736억 원을 기록했으며, 온라인 사업은 89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위기에 직면한 이마트는 실적 발표 후 올해 온라인 사업과 창고형 할인점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우호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정 부회장은 끊임없이 깜짝 발표를 이어가며 사업을 확대했지만 야심차게 선보였던 신사업들의 뚜렷한 성과가 미비한 상태다. 기존 위드미에서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친 편의점 이마트24가 대표적이다.
이마트24의 경우 노브랜드 제품으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가 있었지만 노브랜드 전문점이 생겨나고 노브랜드 제품이 편의점 판매 품목서 제외되면서 이마트24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편의점 업계가 근접출점 제한 규정 자율규약안이 시행되며,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또 하나의 신사업이었던 제주소주 역시 지난해 3분기 95억41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엇갈린 실적을 두고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정 총괄사장보다 상대적으로 활발한 경영 행보를 보여온 정 부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들이 초기단계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내외적으로 사업이 모두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오히려 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은 조용하면서도 뚝심있는 경영으로 호실적을 보여주고 있어 경영 능력에서 평가가 엇갈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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