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스·릴 위협할 수 있을지 업계 ‘촉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는 미국 ‘쥴 랩스(JUUL Labs)’가 상반기 중 한국에 상륙할 예정이어서 전자담배시장 판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특히 최근 국내 담배시장을 키워온 궐련형 제품이 아닌 액상형 담배가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쥴 랩스는 상반기 중 한국에 진출해 늦어도 하반기에는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쥴 랩스는 지난해 말 한국법인으로 쥴랩스코리아 유한회사를 설립했고 특허청에 쥴 상표권도 출원한 상태다. 최근에는 핵심 임직원 10여명을 채용해 조직 구성과 사업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쥴랩스가 판매망 확보에 나선 만큼 이르면 다음달 중 제품이 국내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쥴은 기기에 액상형 니코틴이 든 팟을 끼워 사용하는 폐쇄형 시스템(CSV) 전자담배다. 미국 전자담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2017년 출시 이후 2년 만에 미국 시장 점유율 70%를 돌파했다. 세련된 디자인에 궐련형 전자담배와 달리 찐 맛이 없어 인기를 끌고 있다.
강력한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이다. 쥴이 기존 업체들을 위협할 경우 업계 전반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 궐련형 전자담배 빅3 업체들은 쥴에 대응할 수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준비 중이다. 이들 업체는 쥴 출시 이후 시장 반응이나 상황에 따라 출시 시기를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KT&G는 이미 액상을 함께 사용하는 ‘릴 하이브리드’를 출시한 상태로, 지난 2월 액상 ‘팟’ 상표권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필립모리스와 BAT는 해외에서 CSV 방식 전자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쥴 시장 반응을 살핀 후 국내에도 CSV 방식 전자담배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새로운 타입의 전자담배인 쥴 흥행 여부에 따라 아이코스와 릴, 글로가 3파전을 벌이던 시장 판도가 바뀔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액상형 담배가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액상형 담배는 과거 반짝인기를 끌었다가 사그라진 바 있다.
또한 쥴은 국내법상 현지 제품보다 니코틴 함량을 대폭 낮춰 들어온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쥴 전용 담배인 포드(Pod)의 니코틴 함량은 3~5%이지만 한국 제품은 한국 기준(2% 이하)보다도 니코틴 함량을 더 줄인 1% 미만으로 낮췄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 반향이 기대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찾는 소비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월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940만갑으로 전년 동월 2210만갑보다 730만갑(33.0%) 증가했다. 2월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점유율은 12.5%로 전년 8.5%보다 4.0%포인트(p) 늘었다.
이에 쥴이 어느 정도의 점유율을 가져가더라도 기존 사업자들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특히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는 6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담배시장은 올해 5월 쥴 출시 여부나 성과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지만 주요 브랜드 제품의 고객 이탈률은 상당히 낮을 것으로 본다”며 “쥴은 국내 규제로 인해 니코틴 함량이 미국에 출시된 제품 대비 낮게 출시되기 때문에 소비자 반응이 예상보다 부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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