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캔 참치’의 대명사로 불리며 국민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동원그룹이 지난 16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69년 원양어선 1척을 보유한 작은 수산회사로 시작한 동원그룹은 50년 만에 수산·식품·패키징·물류 등 식품 중심의 4대 사업 영역을 축으로, 미국 최대의 참치 브랜드인 스타키스트(Starkist) 등 해외 네트워크까지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 도전정신으로 새 역사…50년의 발자취
동원그룹은 1969년 4월 16일 서울 명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3명과 원양어선 1척으로 사업을 시작한 동원산업이 모태가 됐다. 동원산업은 신규 어장 개척과 첨단어법 도입 등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오일쇼크 등 갖은 위기를 잘 넘겨 국내 최대 수산업체로 발돋움했다.
수산업에서 자리잡은 동원산업은 1982년 국내 최초의 참치 통조림인 ‘동원참치’를 출시했다. 동원참치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한 줄로 늘어놓았을 때 지구 12바퀴 반을 돌 수 있는 양인 62억캔이 넘게 팔리며 국민식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동원그룹은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에 진출했고, 이후 사명을 동원증권으로 바꿔 첨단 금융기법을 잇따라 도입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동원증권은 이후 동원그룹과 계열 분리돼 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동원그룹은 양반김, 양반죽 등 다양한 국민 대표 식품 브랜드를 선보이며 사업을 키웠고, 2000년 종합식품기업인 동원F&B를 설립해 일반 식품은 물론 유가공, 건강기능식품, 온라인 유통까지 사업영역을 성공적으로 확장했다.
동원그룹의 종합 포장재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는 대한은박지(2012년), 한진피앤씨(2014년) 테크팩솔루션(2014년), 아르다 메탈 패키징 아메리칸 사모아(現 탈로파시스템즈, 2014년), 베트남 포장재기업 ‘TTP’, ‘MVP’(2015년) 인수를 통해 연포장재 및 각종 기능성 필름을 포함해 PET용기, 캔, 유리병, 알루미늄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대 종합포장재 기업으로 도약했다.
동원그룹은 이후 2016년 종합물류기업인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며, 물류 사업을 본격 확대했다. 현재 수산·식품·패키징·물류 4대 축을 바탕으로 지난해 기준 연매출 7조2000억원에 달하는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동원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에도 미국 최대 참치 브랜드인 ‘스타키스트’를 인수했다. 당시 델몬트그룹 소속이던 스타키스트는 적자를 거듭하고 있었고, 동원그룹은 3억6300만 달러의 대형 글로벌 M&A를 성사시키며 세계 참치업계에 새 역사를 썼다. 동원그룹은 이를 시작으로 세네갈의 통조림 회사 스카사(S.C.A SA), 베트남의 종합 포장재기업 TTP·MVP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글로벌 그룹으로서 발돋움했다.
■ 김 회장 퇴진…4차 산업혁명 혁신 지속
동원그룹은 김 회장의 퇴진으로 창립 50주년인 올해, 새로운 100년을 향한 도전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김재철(85) 동원그룹 회장이 지난 1969년 회사를 창업하고 이끌어온지 50년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끌어 온 1세대 창업주다. 우리나라 최초 원양어선인 ‘지남호’의 유일한 실습항해사였던 김 회장은 약 3년 만에 우리나라 최연소 선장 타이틀을 달기도 했다.
김 회장이 50년 전 창업 당시 직접 만든 사시를 보면 그의 경영철학을 쉽게 알 수 있다. ‘성실한 기업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 그는 50년 동안 자신이 직접 만든 사시를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엄격하게 살아왔다.
김 회장의 정도경영 원칙을 보여주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991년 장남 김남구 부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62억3800만원의 증여세를 자진 납부했다. 이에 그는 다른 기업인들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고 심지어 세무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국세청조차 차명 계좌를 통해 훨씬 많은 지분을 위장분사했을 것이라고 의심했을 정도다. 하지만 조사 결과 탈세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이 드러나 의심한 것 자체를 부끄럽게 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최근에 인공지능(AI)에 관심을 갖고 이를 사업과 연결하는 방안은 물론 글로벌 기업경영의 화두가 되는 RPA를 경영에 도입하는 것도 직접 진두지휘했다.
회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룹 경영과 관련해 그간 쌓아온 경륜을 살려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재계 원로로서 한국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 퇴진 이후 동원그룹 경영은 큰 틀에서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향후에는 김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 중심 체제로 경영을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은 50년을 맞은 올해 역시 주요사업에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특히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창조적인 조직문화와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혁신해 나갈 예정이다.
올해 최신형 신규 선망선 출항과 동원시스템즈의 횡성 무균충전음료사업(아셉틱) 공장, 동원홈푸드의 충주 식품종합유통센터, 동원F&B 온라인 전용물류센터 등이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해외는 세네갈, 베트남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수출 및 사업 확대에 나선다.
이를 비롯해 동원몰, 더반찬 등 온라인 채널과 HMR(가정간편식), 펫푸드 등 성장가능성 높은 식품사업에의 투자를 확대하며 R&D 역시 강화한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동원그룹은 올해 4대 사업 밸류체인 등 주요사업에 투자를 지속해나갈 것“이라며 “회사의 비전인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정도경영과 도전정신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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