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최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의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에 대한 소위 보수·우파 쪽 반응이 뜨겁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반대진영에 대한 ‘운동권 대부’ 장 대표의 정밀하면서도 명쾌한 비판이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이와 맞물려 보수·우파 유튜브 매체들이 연달아 장 대표 초청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그 동안 너무나 저평가되어온 장 대표가 이번 기회에 세상에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장 대표가 그 동안 품어 온 정치 철학이 빛을 발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장 대표가 말하는 정치의 핵심은 ‘사랑’이다. 그는 “사랑하는 마음 없이 증오심이나 이기심을 가지고 상대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항상 강조한다. “증오심이나 이기심을 가지고선 사물이나 현상을 제대로 볼 수 없고, 결국 넘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가 요즘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발언 강도를 높이는 것도 그 쪽 사람들이 뿜어내는 '독기'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이런 장 대표는 지난 5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매체에 나와선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부도덕성을 비판해야지 빨갱이라는 식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색깔론이라는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는 얘기다. 장 대표는 '북핵과 관련한 무능,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문제, 문 정권 내각의 비도덕성 등등을 비판해야한다'면서 '빨갱이식으로 몰아가면 정치 혼란만 더 심해질 뿐이고,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장 대표가 말하는 ‘사랑의 정치’가 깊숙이 녹아있는 정책 가운데 하나가 ‘통일 정책’이다. 그는 우선 ‘북한 정권과 주민들을 구별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독재정권에는 불리한 반면, 북한 주민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은 ‘김정은 대변인’으로 비난받는 현 정권의 기조와 다른 것이다. 동시에 ‘북한에 대한 지원은 절대 안 된다’라고 마냥 목소리를 높이는 보수·우파 쪽 생각과도 다르다.
장 대표는 ‘북한에 대한 지원이 김정은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면 하지 말아야한다’고 정리한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지원이 김정은 정권에 위협이 되면 과감히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가령 ‘남한의 쌀 지원으로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대한 동경심을 갖게 되고 통일에 대한 의지를 높일 수 있다면 대규모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의 자유의 힘을 불어넣어 그들이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의지를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대표의 복지정책에도 ‘사랑의 정치’ 철학이 듬뿍 녹아있다. 그의 정책에는 가진 자에 대한 시기심이나 증오가 없다. 그렇다고 없는 자에 대한 무책임한 포퓰리즘식 퍼주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가 말하는 복지사회에는 엄격함이 담겨있다. 복지가 실현되는 정도에 비례해 개인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다. 아울러 복지가 강화되는 만큼 각 경제주체가 더욱 자유롭게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장기표는 현실성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장기표가 비현실적인 게 아니라 증오심과 이기심으로 싸우는 데 정신이 없는 기성 정치권이 그의 뜻을 몰라본 게 아닐까싶다. 장 대표에게 ‘누구 좀 비판해달라’고 조르지 말고 이제라도 그가 하고 싶어하는 얘기에 한번 귀 기울였으면 한다.
좌우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