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일 공천 룰 관련 특별당규를 확정하고 내년 총선을 위해 신발끈을 동여매기 시작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룰의 형평성 및 절차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당 경선이 청와대 인사 및 특정 계파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 1일 중앙위원회를 소집하고 원내 정당 중 가장 먼저 ‘2020총선 공천 룰’을 확정했다. 이날 확정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선출규정 특별당규 제정안’은 현역 의원 기득권을 내려놓고 여성과 청년, 정치 신인에 가산점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세부적인 내용으로는 △현역 국회의원 전원 경선(단수 후보 등록 또는 후보 간 격차 30점 이상인 경우 제외) △정치 신인 최대 20% 가산점 부여 △전략공천 최소화 △병역기피와 탈세, 성범죄 등 공직후보자로서 ‘중대한 비리’가 있을 시 후보자 부적격 처리 등이 있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신인 가산점이 △선관위 후보등록 이력 △경선 출마 이력 △지역위원장 역임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제외된다는 조항을 언급하면서, 개정된 특별 당규가 청와대 출신 인사에게만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청와대 출신은 외부 점수(인지도 여론조사점수)가 높은 대신, 내부 점수(지역구 권리당원 투표점수)가 낮아 가산점을 주는 게 공평하다는 취지로 안다”면서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그는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현 지역위원장이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권리당원 투표에서 6대4정도 나오는 게 현실”이라며 “결국 정치신인 가산점 20%는 특정 계파가 지지하는 사람의 마이너스 점수, 즉 내부 점수(당원 투표)를 커버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당 내 감사를 통해 사고지역위원회를 결정하고 지역위원장의 공석을 채우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의 편향성 문제도 나오고 있다.
당은 지난달 조강특위 감사 결과에 따라 △부산 금정 △경기 화성시갑 △강원 동해·삼척 △충남 홍성·예산 △전북 군산 △경북 경주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등 13곳을 사고 지역위원회로 발표하고 지역위원장을 교체했다.
이에 대해 앞선 관계자는 “사고지역위를 결정하는 감사 기준을 당이 명확하게 밝힌 바 없다. 게다가 정당은 정보공개청구가 되는 기관도 아니다”라며 “깜깜이 조강특위에 정치적, 정략적 판단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당 최고위는 올해 초 윤호중 사무총장을 위원장, 소병훈 조직사무부총장을 부위원장으로 하는 14명의 조강특위 조직을 구성한 바 있다. 특위에 임명된 원내 인사는 권미혁·김종민·백혜련·서삼석·신동근·전재수 의원 등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위 관계자는 “결국 조강특위나 특별당규를 처리하는 일련의 작업들이 대권을 위해 당 장악을 노리는 특정 계파의 영향력 하에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당내 이해관계 때문에 지역에서 발로 뛴 사람들만 피해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당내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민주당이 공천 룰을 바꾸는 과정에서 당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당원들의 SNS에는 “전당원 투표만 한다고 다냐”며 “특별당규에 대한 토론과정 없이 절차적 정당성만 얻으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와 관련해 앞선 관계자는 “모든 당원들이 온라인으로 투표해서 룰을 결정했다고 하지만, 당내 민주화 절차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왜 특별 당규가 이 시기에 필요한 건지 제대로 된 보도자료 한줄 보지 못했다. 당내 토론이 충분히 거쳐졌는지 중앙당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해찬 대표는 지난 1일 중앙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확정된 공천룰을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예측 가능한 시스템 공천을 진행해 내년 총선을 압도적인 승리로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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