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대대적 불매운동 전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와 밀접한 업종인 주류와 패션브랜드 등이 많은 유통업계에서는 그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미 국내 시장에 깊숙이 침투한 인기 일본 브랜드들이지만 일부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지난주 일본 맥주의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류 성수기인 여름에도 불구하고 전체 맥주 판매량은 늘었지만 일본 맥주는 판매가 줄어든 것이다.
이마트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발표된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일본 맥주 매출이 직전 주간의 같은 요일과 비교해 14.3%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수입 맥주 매출은 2.9%, 국산 맥주 매출은 3.6% 신장했다. 소비자들이 일본 맥주 대신 국산, 다른 수입 맥주를 구매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일본 맥주의 매출이 10.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도 같은 기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국산이나 수입 맥주의 전체 매출은 증가했지만 일본 맥주만 매출이 하락한 것이다. CU는 일본 맥주 매출이 직전 주 같은 요일보다 11.6% 감소했다. GS25에서는 지난 3~7일 닷새 동안 일본 맥주 매출이 한 주 전 같은 요일보다 23.7% 줄었다. 특히 GS25에서는 이 기간 500㎖ 대용량 캔맥주 매출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킨 아사히가 국산 맥주 카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일본계 패션 브랜드들도 SNS, 커뮤니티 등에서 불매운동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 대표적으로는 유니클로, ABC마트, 무인양품, 데상트 등이다. 패션업계가 긴 불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유독 일본 브랜드들은 한국시장에서 고성장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중 국내 SPA 시장 1위 업체인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의 정중앙에 섰다. 유니클로는 일본 주식회사 패스트리테테일링이 지분 51%를 보유한 일본계 기업이다. 유니클로를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 2005년 국내 진출 후 몸집을 빠르게 불리면서 압도적인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국내에서 1조3732억원의 매출을 벌어들이면서 4년 연속 매출 1조 클럽에 입성했다.
국내 최대 신발 편집숍으로 독주 중인 ABC마트도 불매운동 여파가 미칠지 주목된다. ABC마트코리아는 일본 ABC마트가 지분 99.96%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한국에 진출해 현재 23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ABC마트는 지난해 7.7% 성장한 51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427억원을 올리면서 15년 연속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큰 타격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일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예상보다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일부 소매상, 개개인이 벌이던 불매운동이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이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한소연)은 지난 9일부터 대대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80여 개의 단위 협동조합과 3만여 명의 조합원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키로 했다.
한소연은 각 지역 조합별로 조합원들에게 아사히·기린 등 일본산 인기 맥주와 마일드세븐 등 일본 담배와 아사히, 기린, 삿포로 등 일본 주류소비를 거부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대책을 모색하고, 일본산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조합원 가족과 이웃 등으로 전파해 전국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한소연 불매운동 명단에 오른 일본 기업은 대표적으로 도요타, 혼다, 유니클로, 캐논, 니콘, 무인양품, ABC마트 등 유통업계와 전범기업들이다.
한소연 측은 “과거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해도 부족한 일본이 오히려 치졸하게 경제보복조치를 하는 행위는 용납하기 어렵다”며 “한소연 소비조합원을 시작으로 전국민 소비자의 힘을 모아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생활실천운동을 전개해 ‘IMF금모으기 운동’과 같은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좌우명 : 편견없이 바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