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또 긴축, 주고 싶어도 못 준다’…살얼음판 걷는 완성차 후발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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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또 긴축, 주고 싶어도 못 준다’…살얼음판 걷는 완성차 후발주자들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9.09.23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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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르노삼성, 노사 강대강 대립에 경영 부담 가중…“노사 관계 개선이 기업 지속경영 근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지난달 21일 진행된 한국지엠 노조 중앙쟁의대책위 출범식의 모습. ⓒ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지난달 21일 진행된 한국지엠 노조 중앙쟁의대책위 출범식의 모습. ⓒ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완성차 후발주자들이 경영난에 노사 갈등까지 겹치며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특히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극심한 노사 대치로 인해 '제 살 깎아먹기' 우려를 자아내는 상황에까지 치달았다. 그나마 협력적 노사 관계를 구축한 쌍용차 역시 수익성 악화에 따른 위기감을 노출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문제는 이들 업체 모두 재정난으로 인해 긴축 경영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고 싶어도 줄게 없다는 사측과 더 달라고 요구하는 노조의 불협화음은 자칫 기업의 생존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만큼, 이를 경고하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노사는 각각 지난 19일 임금협상 교섭 테이블을 마련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진전없는 만남만을 되풀이했다.

이중 한국지엠 노조는 기본급 5.65%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제시하며 파업 수위를 높이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도 지난 6월 합의를 이룬 2018년 임단협에서 기본급 동결 등 양보를 이뤘다는 점을 내세우며 올해 교섭에서는 기본급 8% 인상, 기본급 300%, 격려금 100만 원 등을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나아가 한국지엠은 지난달 줄리언 블리셋 지엠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방한, 노조를 달래는 늬앙스를 보이면서도 노사갈등이 지속될 경우 국내 물량을 해외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르노삼성 역시 내년 닛산 로그 위탁 생산이 종료되는 만큼 물량 감소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내비치며 사실상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 없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 업체의 노사 갈등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노조는 회사의 경영 전략에 수반되는 고통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며 극심한 반발을 보이고 있지만, 사측은 여력이 없어 노조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에만 기대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노조가 극심한 경영난 속에 무리한 요구안을 내걸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회사도 긴축 경영에 구조조정 카드까지 내밀고 있다보니 답보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후발주자들 중 한국지엠의 노사 갈등이 가장 극심하다. 한국지엠 노조는 파업 강도를 높이는 한편, 회사의 쉐보레 수입차 판매 불매운동 카드까지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회사가 구사하고 있는 수입 판매 전략이 그 이면에 철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해서다. 이를 두고 노조의 '자해', '자살골'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 노조 집행부가 임기 만료를 앞둔 만큼 사실상 올해 교섭이 물 건너 갈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일관된 강성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회사들의 사정과는 달리 쌍용차의 경우에는 재정난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올해까지 10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이루는 등 전사적인 경영 정상화 노력을 쏟고 있지만, 상반기 7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기본 체력은 뒷걸음질 치고 있어서다.

특히 쌍용차는 올해 상반기 16년 만에 최대 판매량(7만277대)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폭이 커진 상태다. 차를 많이 팔고도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쌍용차는 최근 임원 축소 및 급여 삭감과 더불어 노사협의를 통한 복지 축소 등의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물론 쌍용차는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향후 긴축 경영 장기화에 따른 내부 불만을 무시할 수 없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업계는 완성차 후발주자들의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첫 걸음이 노사 관계임을 강조하고 있다. 노사 관계 개선 노력은 시장과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칼럼을 통해 "국내 마이너 3사의 가장 중요한 필수요소는 노사 안정화"라며 "회사가 어려울 경우 노조도 임금인상 등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함께 공존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현대차 노조가 서로 양보해 임단협 협상이 빠르게 합의되면서 안정된 생산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며 "만약 노사관계가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마이너 3사의 미래를 보장할 방법은 거의 없다"고 경고했다.

담당업무 : 산업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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