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 가족 단위 참가자 등 호응 열기
경쟁하듯 “조국 구속” 맞불 집회도 열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서초동 집회 도착 시간은 오후 4시 43분. 5일 저녁 6시로 예정된 제8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개막까지는 한 시간 남짓 남은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2호선 서초역내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개찰구를 빠져나오니 “조국 수호” 자원봉사자가 피켓을 흔들어댔다. 청년이 든 조국 법무부 장관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 위로 1~4번 출구로 나가면 된다는 안내문구가 보였다. 집회의 중심부는 지난번 열렸던 중앙지검 정문 근처에서 서초역 사거리 일대로 변경됐다.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집회 면적 신고를 확대한 덕분이었다.
날씨는 흐렸고, 바람은 선선했다. 밖은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은 시민들로 붐볐다. 커다란 무대 주변 위로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을 비롯해 DJDOC 목소리의 흥겨운 노래 등이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들어 올린 노란색 손 피켓에는 여러 구호의 물결들이 넘쳐났다. ‘정치검찰 물러나라’ ‘조국 수호 검찰 개혁’ ‘공수처를 설치하라’ ‘토착왜구 박멸’ ‘자한당 해체하라’ ‘언론개혁 기레기 아웃’ 등의 문구였다.
이 종이피켓들은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 ‘개싸움 국민연대본부’ 등에서 배포하는 것들이었다. 태극모양만 있고, 네 모서리의 건곤감리 이미지가 빠져있는 피켓은 변형된 태극기 모습이라 이질감을 안겼다. 태극기 부대와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태극모양만 크게 확대한 나름의 자구책인 듯 보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원성이 담긴 현수막도 시선을 모았다. 두 명의 참가자가 펼쳐든 천위로 “이짓하라고 총장시킨 줄 아냐? 그러구 떡이 넘어가디? 담배 끊었다 다시 핀다. 암 걸리면 책임져 개XX!!” 라는 알록달록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망토를 둘러쓴 사물놀이 퍼포먼스 팀 주변에는 윤 총장을 겨냥해 “지랄하러 왔다”는 깃발이 펄럭였다. 검찰을 상징화한 것인지, 머리에 두 개의 뿔이 달린 악마 모양의 탈 인형탈을 쓴 이는 특히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이날 대규모 집회는 3번째 열리는 것으로 주로 장년층이 참여한 듯 보였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부터 세대불문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골고루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대전광역시에서 왔다는 60대 초반의 이 씨(남)는 “검찰 개혁을 해야 하는데 자꾸 태클거니까, 도저히 못 참겠어서 서울 사는 친구와 함께 오게 됐다”고 했다.
경기도 포천에서 거주하는 50대 주 씨(남)는 “(조국 반대) 광화문 집회 보고 자극돼 검찰개혁 집회에 힘을 보태려고 혼자라도 올라오게 됐다”며 “검찰개혁 의지가 얼마나 높은지에 대한 우리 국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힘줘 언급했다.
서울에 살며, 아내와 함께 온 56세의 김 씨도 “검찰 개혁 때문에 왔다”고 했다.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이유로는 “검찰 개혁을 계속 추진하던 사람이 일관되게 해야하지 않겠나”고 강조했다.
40대 남자친구와 함께 온 30대 안 씨(서울 거주)도 검찰 개혁 때문에 오게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강원도에서 친구와 함께 올라온 22세 홍 양은 “인터넷 보다 아니다 싶어서 왔다”며 “자세히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검찰 권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센 것도 사실이고, 제어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데려온 서울 서초구 거주의 50세 주부 정 씨는 “당연히 분노해서 왔다”고 반복해 말했다. 심각한 표정의 정 씨는 “공안권력이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면, 조국 가족뿐 아니라 언젠가는 우리 가족한테도 총칼을 겨눌 수 있다는 얘기 아니냐”고 반문하며,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0대 아버지와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자녀와 함께 온 서울 중랑구에 사는 송 씨(50대) 역시 “검찰개혁 때문에 왔다”고 했다. 이외에도 아내와 함께 유모차를 끄는 40대 참가자 등 가족단위로 온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그런가하면 인도 가장자리 혹은 건물 앞에서 대규모 인파를 구경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다른 볼일 때문에 왔다는 한 20대 청년은 시민단체에서 나눠주는 종이피켓을 받고 신기해하며, 잠시 구경하다 서둘러 일행을 쫓아갔다.
한 식당 앞에 앉아 인절미를 먹으며 구경 중인 70대 시민(여)은 “광화문 집회의 10분의 1도 못 온 것 같다”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주최 측에서도 이를 의식했는지 “그놈들한테 많이 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예술의 전당까지 길게 이어지도록 인도에 서있는 분들도 도로로 와 앉기 바란다”는 안내 멘트도 들려왔다.
그러나 예술의 전당까지 이어지려면 턱없이 모자란 길이였다. 6시 시간대가 가까워져 오는 무렵에는 2번 출구 기준으로 십여 분 아래로 내려가면 줄이 끊기고 마는 정도에 불과했다.
다만, 그 이후부터가 본격적인 문화제 시작인 것을 감안하면 대규모 인파는 더 많이 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주최 측은 약 150만 명이 모였을 거로 예상하고 있다. 경찰의 추산법대로는 12만 명~ 15만 명이 모였을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서초동 집회 맞은편에서는 우리공화당과 시민단체 등에서 진행하는 조국 장관과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자는 맞불 집회가 꾸려졌다. 그에 따라 서초역 안에서는 두 개의 피켓이 경쟁하듯 움직여지고 있었다.
6시를 훌쩍 넘은 시각, 다시 이번엔 1번 출구를 통해 서초역에 들어왔을 때는 ‘조국 구속’ 자원봉사자가 개찰구 앞을 지키고 있었다. 한 할아버지가 손으로 ‘조국 구속’을 가리키며 “여기로 가려면 어디로 나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또 다른 여성은 “범죄자는 개혁할 수 없습니다”라고 반복해 외쳐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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