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안철수 ‘462일 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향후 거취에 시선이 쏠린다. 안 의원이 소위 '왕벌'이라 불리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중량급 정치인이라서다. '왕벌'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지난 2018년 유승민 의원과 안 전 대표를 지칭하면서 알려진 용어기도 하다.
그런데 안 전 대표의 귀국이 미뤄지며 정계복귀 시기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잠깐 정치판을 떠났던 '왕벌'급 인사들의 정계복귀는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시사오늘>이 살펴봤다.
가장 오래 공백이 있었던 이는 이회창 전 국무총리다. 2002년 대선에서 두 번째로 패한 이 전 총리는 다음날 정치판을 떠났다.
그러다 다음 대통령 선거가 다가온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 이명박 후보의 의혹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해 야권에서 이 전 총리의 출마 가능성이 언급됐다. 결국 2007년 11월 7일, 이 전 총리는 정계 복귀와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기호 12번)으로 제17대 대통령 선거에 나섰다. 정계 은퇴선언 뒤 1784일 만의 일이다. 이후 이 전 총리는 대선에서의 나름 선전을 기반으로 자유선진당을 창당하는 등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 패배와 함께 "저에 대한 모든 평가를 역사에 맡기고 조용한 시민생활로 돌아가겠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얼마 뒤 영국으로 출국해 케임브리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하던 DJ는 반년만에 귀국, 아태재단을 설립, 정계복귀를 준비한다. 마침내 1995년 7월 18일 공식적인 정계복귀 선언과 함께, 새정치 국민회의를 창당했다. 정계은퇴 1673일 만이었다. 지방선거 첫 유세에서 DJ는 "나는 선거에 출마할 권리도 있고 유세할 권리도 있고 투표할 권리도 있다"고 복귀 일성을 알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시장직을 내려놓은 뒤, 정계에 복귀하기 까지 1309일이 걸렸다. 서울시장 재임 당시 무상급식 투표 관련, 시장직을 걸었던 오 전 시장은 결국 투표 무산으로 2011년 8월26일 사퇴했다. 이후 유학, 코이카 자문단 등으로 활동하던 오 전 시장은 2015년 4월에 치러진 재보궐 선거를 통해 돌아왔다. 서울관악을 선거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당시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3월 26일 맡으면서다.
4,5위 기록은 모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가지고 있다. 두 차례나 정치권을 떠나있어서다. 손 대표는 지난 2014년 7월31일, 재보궐선거에서 패하며 정계은퇴를 선언, 전남 강진으로 내려갔었다. 강진 토굴에서 야인으로 생활한지 813일만인 2016년 10월 20일 손학규, 제7공화국으로의 개헌을 명분으로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최측근 이찬열 의원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손 대표는 2008년에도 정계를 떠나 칩거한 이력이 있다. 2008년 4월, 제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을 이끌었던 손 대표는 299석 중 81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하자, 7월 6일 당 대표직을 사임하고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며 강원도 춘천으로 떠나 칩거에 들어갔다. 그러던 그가 돌아온 것은 2010년 8월15일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글을 발표하면서다. 칩거 772일 만이다. 손 대표가 정계를 떠나있었던 시간을 모두 합치면 1585일로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한편, 안 전 대표는 16일을 기준으로 정계를 떠난지 462일이 됐으며, 이는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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