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드럼 연주자와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얼마 동안 연습을 해야 저렇게 신나게 연주하고 완벽하게 스케이팅을 할 수 있을까? 말콤 그래드웰은 그의 책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주장한다. 어떤 일이든 1만 시간을 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이야기다. 1만 시간은 하루 3시간씩 10년을 했을 때 채워지는 시간이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강수진의 발이라는 설명이 없었다면 아마 몹쓸 병에 걸린 사람의 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발레단 내에서 토슈즈를 가장 많이 갈아치우는 발레리나로 알려질 만큼 그녀는 혹독하게 연습했다. 그 결과, 입단 10년 만인 1996년 비로소 발레단의 ‘꽃 중의 꽃’인 프리마 발레리나로 등극했다. 못생긴 발은 그녀의 훈장인 셈이다. 혹독한 훈련이 없었다면 결코 오르지 못했을 자리에 그녀는 당당히 올랐고, 기형적인 발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신체적인 약점은 장애가 될 수 없다. 진짜 장애는 내가 켜켜이 쌓아온 비정상의 마음가짐인지도 모른다. 마음의 눈을 떠야 하리라. 신체적인 약점은 숨기고 없애야 할 방해물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삶의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을 뭇 사람이 방증하고 있다.
<오체불만족>의 저자 일본인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양팔 양다리가 없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농구, 파도타기 등 비장애인이 하기도 어려운 걸 척척 해낸다. 예전에 한국을 방문해 방송에도 출연했는데, 전동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는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10년 간 선수 생활을 했던 짐 애보트는 선천적인 장애에도 불구하고 통산 87승을 거뒀다. 오른손이 뭉그러진 채 태어난 애보트는 손목만 남은 오른손에 글러브를 걸쳐 놓고 왼손으로 공을 던졌다.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하던 시절에는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노히트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애보트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마지막 경기의 선발투수로 등판해 경기를 승리로 이끌고 미국에 금메달을 안겨준 팀의 에이스였다. 2012년에 펴낸 자서전(Imperfect: Improbable Life)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산다는 게 결코 쉬운 것이 아니며 늘 공정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간다면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서울대 이상묵 교수는 불의의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되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다시 시작해 많은 사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 교수는 본인이 인정받는 이유에 대해 “장애인으로서 장애인을 위한 일을 해서가 아니라, 장애인이지만 자기 일을 하려는 사람”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향나무는 오래돼야 나무속 심이 붉어지고, 이 속심이 붉어진 부분을 태워야 향이 진하게 나온다. 향나무가 죽어서도 향기를 뿜어내는 것은 그만큼 삶이 지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향나무가 제 몸을 태우며 향을 내뿜듯이, 누구든 생전에 자신의 에너지를 남김없이 불살라야 세상에 향기를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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