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사명에서 '삼성'을 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르노와 삼성그룹이 맺은 상표권 계약이 내년 8월 종료되는 상황에서 양사 모두 현재의 이름을 유지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다만 르노삼성의 '르노 홀로서기'가 이뤄질 경우 회사의 OEM 수입 차종 비중 확대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이 생산기지가 아닌 판매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르노 브랜드가 주는 수입차 이미지를 통해 국내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오는 2020년 8월 4일자로 만료 예정인 르노삼성의 삼성 브랜드 이용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쪽으로 갈피를 잡았다. 삼성그룹과 르노삼성 모두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사실상 현재 사명 유지를 통한 실익이 양측 모두 크지 않아 계약 해지로 무게 추가 기울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전장 사업을 키우고 있는 삼성이 르노와의 관계를 벗어나게 될 경우 다른 완성차 업체로의 수요처 다변화가 한결 용이해질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여기에 르노삼성 역시 상표권 계약 종료시 지난해 400억 원 규모에 달했던 이용료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만큼 양사간 이해관계가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르노삼성이 르노 홀로서기를 택할 경우 이에 수반될 부정적 시각들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가뜩이나 생산 절벽에 놓인 르노삼성이 수입차 브랜드로의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이미 르노삼성은 올해에만 국내 생산 3개 차종의 단종을 결정하면서도, 그 빈자리를 OEM 수입 차종인 르노 클리오와 마스터로 채운 바 있다. 더욱이 내년에는 2세대 캡처(QM3 풀체인지 모델)와 조에(ZOE) 등 2개 수입차종을 추가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그간 쌓아올린 생산 기지로서의 입지 위축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로 귀결된다. 로그의 국내 위탁 생산 종료 및 내년 XM3의 유럽 수출물량 배정까지 보류된 상황에서 국내시장이 판매기지로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국내 일감은 볼륨 모델인 SM6와 QM6를 비롯해 내년 출시 예정인 신차 XM3의 흥행 여부에 따라 좌우될 수 밖에 없는 형국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도 부담을 안기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이 삼성이라는 이름을 떼더라도 그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르노삼성은 지난 2015년 말부터 전국 전시장에 노란색 계통의 르노그룹의 SI(Shop Identity)를 적용해 왔고, 르노 클리오와 마스터의 시장 안착으로 르노 독자 브랜드의 시장 가치 및 효용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소비자들은 기존 르노삼성의 태풍의 눈 로고 대신 마름모 형태의 르노 로장쥬 엠블럼을 선호하는 현상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수입차 브랜드로써의 이미지 제고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는 셈법이 나온다.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엇갈리는 모습이다. 누리꾼들은 "르노 엠블럼을 달아야 차가 더 잘 팔릴 수 있다", "브랜드 로열티 비용을 아껴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긍정적 입장과 함께 "수입해서 차를 팔다보면 GM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날선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는 르노의 홀로서기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그간 상표권 연장을 두고 얘기가 무성했지만, 지금이 삼성이라는 이름을 뗄 수 있는 적기로 보인다"며 "물론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후광효과를 무시할 수 없겠지만, 르노 브랜드에 대한 시장 인식 역시 최근 몇년 사이 크게 높아진 만큼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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