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농담 같던 ‘비례한국당’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자유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 통과 직후 비례한국당을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27일 선거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내년 1월 중 비례한국당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러자 각 정당들은 비례한국당의 파괴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당 예측대로 비례한국당이 30% 이상의 득표율을 가져간다면, 연동형 비례제의 당초 취지가 몰각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원내 제1당을 다툴 수 있을 정도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론상 원내 제1당도 가능
일단 이론적으로는 비례한국당 창당 시 한국당 의석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당이 현 상태대로 내년 총선에 나선다고 가정할 시, 30%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하더라도 연동형 의석은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지역구에서 90석 이상을 확보하면 연동형 의석은 얻지 못하고 병립형 의석만 배분받을 수 있는 까닭이다.
반면 비례한국당이 창당돼 한국당의 정당득표율을 그대로 흡수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비례한국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으므로 정당득표율을 그대로 인정받아, 연동형 의석 30석 가운데 상당수와 병립형 의석 중 일부를 얻을 수 있다. 민주당이 연동형 의석을 획득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당이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설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공개한 ‘비례위성정당 관련 검토자료’를 보면, ‘비례민주당’ 없이 비례한국당만 창당되고 민주당 40%, 한국당 0%, 비례한국당 35%, 정의당 10%, 새보수당 5%, 우리공화당 5% 순으로 정당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한국당은 135석(비례한국당 30석 포함)으로 민주당(120석)에 앞서 원내 제1당에 등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심 이탈 가능성도…변수 多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비례한국당의 파괴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우선 한국당 지지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용지에는 한국당 후보를, 비례대표 의원 투표용지에는 비례한국당을 찍을 것이라는 전제부터가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명이 다른 두 당을 ‘한 몸’으로 인식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역풍(逆風) 우려도 있다. 비례한국당 자체가 선거법 개정안의 맹점을 노린 정당이다 보니 부정적 시선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데다, 비례한국당의 정당득표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의원 꿔주기’ 등의 ‘꼼수’ 동원도 불가피하다. 이렇게 선거 공학적 판단으로 탄생한 정당이 높은 정당득표율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도 “묘수 세 번이면 바둑 진다는 말이 있지 않나. 나도 출마를 해본 사람이지만, 정치인들이 내놓은 묘수를 국민들은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며 “이렇게 꼼수를 부리지 말고, 차라리 제1야당을 빼놓고 선거 룰을 정한 것을 비판했다면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비례대표 의석 몇 석 더 얻으려다가 선거 전체를 망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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