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건설업계가 2020년 새해 키워드로 내실 다지기, 신사업모델 발굴·육성, 스마트화 등을 꼽았다.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에 따른 해외 수주환경 악화, 문재인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국내 주택사업 위기감 심화,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해 급변하는 경영환경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되,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지난 2일 사내 신년 메시지를 통해 "2020년은 시장과 고객에게 우리의 역량과 경쟁력을 보여주고 새로운 10년의 성장을 약속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진취적인 자세로 '원 팀'이 돼 일해 달라"며 "임직원 모두가 프로젝트 건전성과 경쟁력을 모든 판단과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아 실질적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익성 극대화,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표 아래 건전성을 면밀히 따져 선별 수주 전략을 꾀함으로써 이익성장의 기반을 튼튼하게 다지는 내실 쌓기 경영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이 사장은 이를 위한 수단으로 "혁신적인 서비스, 가치 제공과 완벽한 수행이 선결돼야 한다. 경쟁력의 근간인 엔지니어링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성 향상과 스마트 컨스트럭션, 데이터테크놀로지 등 기술혁신 활동을 프로젝트 성과로 연결하고 미래 성장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며 스마트 기술 역량 확보를 제안했다.
같은 날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신년 메시지를 전달하고 "올해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역량 강화를 통한 질적 성장과 미래 먹거리에 대한 성과 창출, 시스템 구축을 통한 경영 효율화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무분별한 수주 배제 △LNG·신재생에너지·리츠 등 사업 다각화 △드론·BIM·프리콘 등 스마트 건설 활성화 등을 당부했다.
내실 다지기, 신사업모델 발굴·육성, 스마트화 등 새해 건설업계의 핵심 키워드를 신년사에 모두 담은 것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올해에는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김 사장의 의지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그는 "예측하지 못한 손실로 회사 전체가 흔들리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 원가 절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주력 사업부문인 주택건축사업본부와 신사업본부에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밸류체인 확대',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정적 운영 체계' 등을 각각 주문했다. 그러면서 "외부에서 쉽게 넘보지 못하는 강하고 존경받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힘차게 시작하자"고 덧붙였다.
포스코건설의 새로운 사령탑을 맡은 한성희 사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를 사업 구조와 조직 역량을 리빌딩하는 원년으로 삼겠다. 현장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업무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며 '혁명에 버금가는 전환'을 주문, 올해 내실 다지기 전략을 활발하게 펼칠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LNG인프라·가스발전 분야 핵심 상품화, 포스코O&M과 연계한 융복합환경시설 사업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리빌딩의 핵심 수단은 역시 스마트다. 한 사장은 "스마트화를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단기간에 스마트 컨스트럭션을 전 현장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모그룹과 포스코건설의 고질적인 문제인 안전사고에 대한 당부는 신년 메시지 그 자체였다. 한 사장은 회장 취임 후 첫 공식업무를 안전기원행사로 정하고, 이 자리에서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공개했다.
아시아나항공을 품게 된 HDC현대산업개발은 경자년 신사업모델 발굴·육성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권순호 사장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강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신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인수작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해 빠른 안정화와 통합을 이뤄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항공·교통·물류 인프라, 호텔·리조트, 발전·에너지 등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 주력해 우리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포인트를 주도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종합 금융부동산 기업으로의 진화도 미룰 수 없는 목표다. 개발과 금융을 결합한 종합 금융부동산 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부동산·인프라 개발의 노하우와 금융기법의 적극적인 결합은 새로운 변화의 방아쇠를 당기게 될 것이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를 안정화시킨다면 경제적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환경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 급격한 몸집 부풀리기에 대한 불안감도 감지됐다. 권 사장은 "우리가 직면한 통합과 진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소통이다. 적극적인 소통으로 변화의 방양에 대한 공감을 넓여나가야 통합이 보다 빨리 이뤄질 것"이라며 "모든 임직원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마음으로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집단지성을 발휘해 통합과 진화를 이뤄내자"고 덧붙였다.
이밖에 다른 건설사 CEO들의 신년 메시지도 건설업계 핵심 키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는 신년사에서 "급변하는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익과 내실 강화에 중점을 두고, 향후 외환·유동성 위기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회사의 경쟁력과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며 '2020 내실성장을 통한 미래시작 개척의 해'라는 슬로건을 밝혔다. 아울러, '스마트 조직문화 정착'을 당부했다.
안재현 SK건설 사장은 "2020년을 행복경영의 원년이자 비즈니스 모델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해로 정한다"며 △친환경·도시화 사업 비중 확대 △연료전지·친환경 플랜트·신개념 주거상품 집중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도입 등을 제시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이익창출의 선순환 구도를 정착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이익창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적도기니와 같은 수익성이 양호한 신시장을 적극 발굴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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