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9일 오후 장기표 국민의소리 공동대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날 장기표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황 대표의 목소리가 장 대표 전화기에서 살짝 새어나왔다. 이 시각 황 대표는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강원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황 대표는 대신 장 대표에게 축전을 보냈다.
이날 오후 5시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4층에서 열린 ‘장기표의 정치혁명’ 출판기념회장은 인파로 가득 찼다. 행사가 시작된 지 30여분 만에 책이 1500여 권이나 팔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보수·중도진영에 속한 정당·시민단체들이 구성하기로 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인 박형준 정치플랫폼 ‘자유와공화’ 공동의장이 북토크를 진행, 분위기를 띄웠다.
‘미래를 향한 전진 4.0’ 창당준비위원장인 이언주 의원은 축사에서 문재인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탄핵감’이라는 말까지 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의 화려한 민주화운동 경력을 소개, 어려운 시기에 정치 후배들을 잘 이끌어달라고 부탁했다.
이밖에 이재오 전 장관, 유정복 전 인천시장,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예비역 중장) 등의 축사가 줄줄이 이어졌다. 아울러 김창준 전 미국 하원 의원과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바른미래당 박주선·이동섭 의원,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 송영선 전 의원 등 여러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하거나 축하인사를 보내왔다.
장 대표는 이번 신간 머리말에서 “아무쪼록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든 나 스스로는 반세기 넘게 나라와 국민을 위해 온몸으로 살아온 ‘정치문화재’로 자부하는 만큼, 앞으로도 이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치인생을 살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간첩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민주화 인사 가운데 가장 오랜 감옥살이를 한 인물이다. 부부가 동시에 감옥살이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민주화보상금도 받지 않았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난한 적이 없다. 보통의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걸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것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 나는 데모할 수 있는 대학생이어서 특혜를 받았다. 나 같은 사람만 있었으면 대한민국은 벌써 망했다. 농사 안 짓고, 공장에서 일 안 하고, 기업도 안 하고 전부 다 데모만 했으면 나라 안 망했겠나. 당시 나를 취조한 수사관에 대해서도 ‘인간 말종’ ‘독재자 후예’로 여기지 않는다. 그는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사회는 다양한 부문에서 다양한 노력이 총화를 이뤄 발전한다.”
이 정도 그릇의 인물이기에 ‘정치문화재’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을 듯싶다. 장 대표는 평소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쓸모가 없다’라는 성경 구절을 자주 인용해왔다. 그만큼 자신의 정치적 맛을 잃지 않기 위해 고독한 투쟁의 길을 걸어왔다. 지금 야권에서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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