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성 논란에 규제 지속…편의점 등 판매중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며 국내에 화려하게 상륙한 쥴(JUUL)이 진출 1년도 되지 않아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계속되는 전세계적인 규제 흐름과 유해성 논란이 발목을 잡으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할 줄 알았던 액상형 전자담배(CSV) 제품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쥴랩스코리아는 구조조정 등 한국 사업 재정비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해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며 사업을 정상적으로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쥴랩스코리아는 현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각 국가에서, 지역적으로 사업운영방식을 재편할 최선의 방법을 검토하고 지역마다 개별적인 조정을 하는 상황이라고 지난 16일 밝혔다. 한국 역시 이에 따라 사업을 조정하고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쥴랩스코리아 측은 “한국에서는 우리의 사업운영 및 전략을 검토하는 과정 중이며 현재 임직원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포트폴리오상 한국의 성인 흡연인구의 수요 충족이라는 관점에서 판매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쥴이 한국에 공식진출하면서 시장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붐이 일 것으로 기대됐다. 업계에서도 쥴이 미국 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데다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전자담배라는 점에서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담배업체 KT&G도 쥴 출시에 맞춰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lil vapor)’를 출시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이처럼 초반 경쟁 분위기는 뜨거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액상형 전자담배는 힘을 쓰지 못했다.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일반 궐련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에 비해 타격감이 부족하다는 평이 이어졌고, 국내외에서는 안전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가 점차 강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하면서 주요 유통 채널인 편의점, 면세점 등에서 판매가 중단된 게 결정타였다. 당시 정부 권고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는 쥴과 릴베이퍼 등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와 신규 발주를 중단했다.
유해성 논란이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는 데서 액상형 전자담배 퇴출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해 6월 CSV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연구에 착수했고 지난해 연말이 돼서야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식약처 발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유통되는 153개 액상형 전자담배의 액상을 대상으로 대마유래성분(THC : TetraHydroCannabinol), 비타민E아세테이트, 가향물질 3종(디아세틸, 아세토인, 2,3-펜탄디온) 등 7개 성분에 대해 분석한 결과, THC는 모든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았으나 일부 제품에서 비타민E 아세테이트 성분과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된 가향물질이 검출됐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쥴랩스의 ‘쥴팟 크리스프’ 제품과 KT&G의 ‘시드 토박’ 제품에서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각각 0.8ppm, 0.1ppm 검출됐으며 유사 담배 11개 제품에서는 0.1~8.4ppm 수준의 성분이 검출됐다.
하지만 쥴랩스와 KT&G는 해당 성분을 원료로 쓰지 않았다며 식약처 조사 결과에 당혹스러워했다. 양 사는 현재 검사 결과를 분석하고 사실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한 초기 단계지만 향후 국내에서 시장이 더 확대되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유해성 논란도 해외의 경우 대마 물질이 첨가될 가능성이 높은 등 국내와는 상황이 다른데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지나치게 커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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