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일본차 브랜드들이 불매운동이라는 살얼음판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올해 판매 회복을 위한 마케팅 움직임을 보이며 조심스러운 경영정상화 행보에 돌입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판매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브랜드별 마케팅 온도차가 뚜렷해 기대감을 갖기에는 무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차 브랜드의 맏형 격인 토요타 코리아가 오는 21일 스포츠카 모델인 'GR 수프라' 출시를 기점으로, 지난해 7월 불매운동 발발 이후 맥이 끊겼던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지난해까지 자체 할인에 의존해 수요 진작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대조를 이루는 행보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해 일본차 판매량이 19.0% 감소한 3만6661대에 그치면서, 2013년 이후 6년만에 성장세가 꺾이는 등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불매운동이 발발한 지난해 하반기에는 일본차 판매량이 2018년 동기간 대비 45.0% 급감한 1만3179대에 그쳤다는 점에서 사업 지속을 위한 발판 마련이 시급해진 것이다.
때문에 이번 GR 수프라 출시는 그간 숨을 죽였던 일본차 브랜드들의 시장 회복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로서 큰 기대를 모은다. 앞서 한국닛산이 지난해 7월과 9월 알티마와 맥시마를 연달아 선보이기는 했지만, 별다른 행사없이 조촐한 출시를 이뤘음을 감안할 때 사실상 일본차 브랜드 내 첫 공식 행사라는 의미도 지닌다.
이어 토요타는 2월 캠리 스포츠 에디션 XSE 모델과 3월 프리우스 4륜 모델, 프리우스C 크로스오버를 잇따라 선보일 예정인 만큼 선제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일본차를 향한 반감을 상쇄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즉 GR 수프라 출시는 브랜드 내 볼륨 모델이 아님에도 당장 국내 고객들과 시장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전망이다.
다만 토요타의 적극적인 행보와는 달리 여타 일본차 브랜드들은 정중동(靜中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반일감정만 불러올 수 있어 나서기도 애매한데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복잡한 셈법이 작용해서다.
일례로 한국닛산의 경우에는 조용히 체질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판매에 어려움을 겪으며 네트워크가 축소됨에 따라 판매 차종도 지난해 선보인 알티마와 맥시마에 더해 친환경 전기차 리프 등 3종으로 압축시키는 등 운영 최적화에 돌입한 것이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 체질 개선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시장에서의 지속 경영을 위해 버틸 체력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혼다 코리아도 시장 상황을 계속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불매운동을 타개할 마땅한 방책이 없는 만큼 지난해 취임한 이지홍 신임사장 체제 아래 내실을 다지는 등 무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일본차 브랜드들의 마케팅 전략이 엇갈리는 가운데, 총대를 멘 토요타의 정공법에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일본차 외 다양한 수입차 선택지가 존재하는 데다 일본차를 구매했을 때 주변의 눈총과 도로교통법 위반 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져 고객들부터가 구매를 꺼리고 있어서다. 사실상 폭풍할인을 내걸지 않는 이상 큰 메리트가 없다는 냉정한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고한준 한국광고홍보학회장 겸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나 BMW 화재 이슈는 회사 자체의 노력으로 브랜드 이미지 회복이 가능한 경우였지만,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일본차 부진은 외부 변수에 의한 리스크로 컨트롤마저 어려운 케이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시간이 약일 수 밖에 없겠지만, 그 과정 에서 일본차들이 할인과 신차 출시 등 판매 마케팅 방안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을 포함한 한국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사업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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