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교통사고에 손해율 안정 전망…“단기 이슈일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손해보험사들의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와 교통사고가 오히려 업계의 숨통을 트여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이슈일뿐, 실적 침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주요 손보사 실적 감소…손해율 상승 지속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과 각 사 자료 등을 취합한 결과, 주요 손해보험사 4곳의 지난해 성적은 전년보다 크게 하락했다.
삼성화재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6478억원으로, 전년(1조707억원)에 비해 39.5%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도 5378억원에서 3013억원으로 27.9% 감소했으며 현대해상도 2018년(3735억원)보다 27.9% 줄어든 26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나타냈다.
주요 손해보험사 중 실적이 개선된 곳은 메리츠화재뿐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전년(2347억원)보다 28.4% 늘어난 지난해 30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업계의 전반적 불황의 요인으로는 '손해율' 상승이 지목되고 있다. 손해율이란 수입보험료 중 손해액(보험금 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데, 보통 보험사의 수익성을 판단할 때 쓰인다. 손해율 상승은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손해액(비용)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11일 손해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국내 손해보험사의 경과손해율(발생손해액/경과보험료)은 지난 2016년(83.36%) 한차례 치솟았다가 2017년(81.91%) 떨어진 이후 지금까지 증가하고 있었다. 지난해에도 이같은 현상은 계속됐는데, 2019년 10월 기준 전체 손해보험사의 경과손해율은 84.14%로 전년(82.58%)대비 1.56%p 늘어났다.
이 기간 주요 손해보험사 순이익을 살펴보면 손해율의 흐름과 반대 모습을 띄고 있다. 전년대비 손해율이 떨어졌던 2017년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순이익은 대부분 늘어났지만 이후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순이익은 감소하는 '불황'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감염병·교통사고에 손해율 안정전망…"단기 이슈일뿐"
이와 관련, 최근 손해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초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대표적인데, 이 바이러스는 지난 2015년 국내에서 발생했던 메르스보다 감염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일 오전 질병관리본부의 브리핑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28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으며, 총 865명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 계속되겠다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는 감염 우려로 인한 병원 방문이나 차량 운행 등이 줄어들 조짐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를 '1급 감염병'으로 분류하면서 입원·진단 등의 비용을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하게 됐고, 예년보다 따뜻한 기온에 겨울철 교통사고량도 감소하면서 올해 1분기 손해율은 예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가입자에게 지급해야하는 보험금(비용)이 줄어들면서, 역설적으로 반사이익을 받게 된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이슈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누그러졌던 손해율은 떠올랐고 보험사들의 실적은 다시 떨어지는 현상을 겪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르스 사태보다 확진자 수가 느린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우려도 적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연간 손해율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단기적인 이슈는 아이러니하게도 손해율 안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슈가 해소된 이후 증익할 수 있는 '이익 모멘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도 중요하겠지만 이는 임시 방편일뿐이며 보험사 내부적으로 △언더라이팅 강화 △보험금 지급프로세스 강화 △신사업 추진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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