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이낙연 대 황교안.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성사된 이 대결에 따라 붙는 수식어는 ‘대선 전초전’입니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2위 후보 간 대결이다 보니,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는 쪽이 권좌(權座)에 가까워진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종로 대전’의 방정식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 정치를 지배해온 지역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종로의 선거 결과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이상한 이야기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전라남도 영광군에서 태어났습니다. 영광군은 DJ(김대중 전 대통령) 고향인 신안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자동차로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죠.
알려진 대로, DJ는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뿌리 깊은 호남 차별 의식에다, 박정희 정권이 불러일으킨 지역감정이 더해지면서 수없이 많은 정치적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IMF 외환위기, 이인제 탈당, DJP연합 중 단 하나라도 이뤄지지 않았다면 DJ는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돕니다. 그만큼 호남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호남 출신은 DJ가 유일합니다. 호남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삼는 민주당조차도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 영남 표를 잠식할 수 있는 PK(부산·경남) 출신 후보를 내세우고 나서야 정권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종로 선거의 역설’이 생깁니다. 만약 이 전 총리가 승리를 거둔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전 총리는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 자리를 굳건히 할 테고, 어쩌면 ‘이낙연 대세론’을 형성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지역주의적 관점에서 생각할 때, 대선에서 ‘호남 출신 후보’가 승리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인구 구성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려면 영남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와야 하는데, 아무래도 호남 출신 후보는 확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보수 입장에서 이 전 총리는 오히려 ‘상대하기 편한’ 후보군에 속합니다. 보수가 걱정하는 건 영남 표를 빼앗을 수 있는 확장성 있는 후보지, 호남을 결집시킬 수 있는 후보가 아니니까요.
결국 이 전 총리가 종로에서 승리할 경우 여권의 유력 대권 후보가 되지만, 그건 보수에게 유리한, 어쩌면 보수가 바랄 수도 있는 결과라는 이야기가 성립합니다. 차기 대선까지 바라본다면 이 전 총리가 종로에서 승리하는 게, 그러니까 황교안 대표가 패하는 게 보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두 명의 대권 후보와 지역주의까지 얽힌 ‘대선 전초전’은 과연 어떤 ‘나비효과’를 낳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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