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미래통합당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보수 세력과 통합·연대는 없다”고 단언했던 안 대표가 최근 들어 조금씩 통합당과의 통합 또는 연대에 여지를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의 보수 통합 참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예상이 나온다. 과거의 파괴력을 상실한 안 대표와 중도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통합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떠나가는 측근들…安 “나 어떡해”
안 대표는 2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제안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누구라도 못 만날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또 ‘국민의당이 통합당과 손을 잡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도 “저한테 묻지 말고 이제 그쪽에 물으라”고 말했다. 통합당과의 통합·연대에 ‘관심 없다’던 이전과는 달라진 태도다.
이 같은 안 대표의 태도 변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기대 이하의 지지율이 꼽힌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7일부터 21일까지 수행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정의당(4.1%)과 바른미래당(3.0%)보다도 낮은 2.3%였다. 민주평화당(2.2%)과의 차이도 0.1%포인트에 불과했다.
이러다 보니 소위 ‘안철수계’로 불렸던 측근들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 김중로·이동섭 의원이 안 대표를 떠나 통합당으로 향했고, 26일에는 장환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27일에는 김철근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보단장이 통합당에 입당했다. 김삼화·김수민·신용현 의원 또한 통합당으로의 이동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도 ‘마이 웨이’를 고수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민생당 박지원 의원은 2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안 대표는 보수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안 대표는 통합당과 연합공천을 할 것”이라며 “안 대표는 대통령 후보를 꿈꾸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통합당과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정체된 지지율…통합당 “우리 어떡해”
통합당의 입장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좀처럼 보수 통합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앞선 조사에서 통합당은 33.7%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0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해 1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32.0%였으니, 겨우 1.7%포인트 높아진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통합당 지지율에 변동이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6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는 결국 민주당이 싫어도 통합당이 더 싫어서 표를 안 주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며 “어떻게든 이미지를 바꾸지 않으면 총선에서의 패배는 뻔하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통합당 입장에서도 안 대표 영입을 통해 지지율 상승 모멘텀(momentum)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 ‘통합 긍정론자’들의 논리다. 2016년 제20대 총선 때만큼의 위력은 아니지만, 여전히 중도 정치인으로서의 상징성을 가진 안 대표가 반문(反文) 진영에 가세할 경우 ‘정권 심판론’ 바람이 거세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앞선 한국당 관계자도 “총선이 5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통합당이 민주당과의 격차를 줄이려면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한 방’이 필요하다”면서 “지금으로서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이나 연대가 가장 현실적인 이벤트다. 모르긴 몰라도 통합당이나 국민의당이나 통합·연대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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