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이 느낀 험지 민심…“열심히 하면 알아줄 것”
김현권 “盧 동서화합 정신, 구미에서 이루겠다”
박경미 “험지출마, 비례대표 1번이 감당할 의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한국의 비례대표제는 1963년 제6대 총선에서 ‘전국구 의원’이라는 명칭으로 도입됐다. ‘전국구’라는 기존 이름에 걸맞게, 비례대표 의원들은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고 직능이나 계층 전체를 대변하겠다는 목적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당들은 비례대표 후보 추천의 기회를 현직 의원에게 연속 부여하는 것을 사실상 금하고 있다. 때문에 비례대표 초선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 즉 재선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구로 전환해야 한다.
〈시사오늘〉은 20대 국회 비례 초선의원들의 지역구 탐색 과정과 출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애로사항, 그들이 피부로 느끼는 지역구 민심 등을 알아봤다.
“盧 동서화합 정신, 구미에서 이루겠다…20년 정치 독점화가 지역경제 망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출마 의사를 밝힌 7명의 비례대표 중 ‘민주당 최대 험지’인 경북 구미와 서울 서초에 도전장을 낸 김현권 의원과 박경미 의원은 가장 먼저 공천됐다.
김현권 의원은 지난달 18일 전통적인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경북(TK), 그 중에서도 ‘보수의 심장’이라는 구미 지역(구미을)에 출사표를 낸 인물이다. 그는 서울대 재학 중 학생운동을 하다 2년간의 징역살이를 겪었으며, 졸업 후 고향인 경북 의성으로 귀향해 25년간 부인과 소를 키우며 농업에 종사했던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본지에게 “민주당 이름의 20년 만의 지역구 당선자가 되겠다”며 “가슴 속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인 故노무현 대통령을 기리며 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농업 대표’라는 이름으로 20대 국회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저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큰 혜택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필요한 영역에서 보답하고 싶었다. 그 영역이 바로 농업이었고, 경북 의성에서 한우를 키우고 사과·자두 농사를 지으며 흙 묻히고 땀 흘리는 삶에 만족하고 큰 보람을 느꼈다.
20대 국회에서 ‘농민대표’라는 이름으로 학교 과일간식제를 도입하고 올해부터 군대에 과일간식도 만들었다. 12만 원대의 쌀값을 18만~19만 원대로 끌어 올렸고, 농정 대전환의 서막을 알리는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했다. 또 국민 모두가 혜택을 보는 ‘저소득층 농식품 바우처 제도’도 도입했다.”
-후보자 고향은 경북 의성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 지역에 출마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제 정치적인 신념이 있다면, 지역 정치의 다양성을 되살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업인 동서화합을 실현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경북보다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수도권 출마를 권유했지만 그것은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동서 화합이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부산·경남에서 큰 진척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대구·경북의 숙제가 있다. 민주당 현역 의원이 경북에서 지역구 사무소를 여는 일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경북지역 민주당 유일 국회의원이자 TK발전특별위원장인 내가 구미 시민들의 열망에 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피부로 느낀 민심은 어떤가.
“구미 민심은 ‘지역 정치 다양화’와 ‘구미 경제 재건’에 있다. 이미 지난 지방선거에서 구미 시민들은 민주당 소속 시장을 비롯한 적잖은 시도의원을 지방의회에서 일하도록 했다. 구미시는 포항시와 함께 경북 경제를 이끌어 가는 양축이다. 구미시민들은 지난 20년간 특정정당의 정치 독점화가 지역경제를 망쳤다고 지적하고 있고, 이런 문제 인식이 지난 선거에서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구미의 시급한 지역현안이 뭐라고 생각하나.
“제조업, 특히 제조업 일자리 문제다. 구미는 대한민국 제조업의 상징적인 도시이자, 국가 산단의 50년의 역사가 깃든 곳이다. 문재인정부의 아픈 손가락, ‘40대 제조업 일자리 문제’를 풀기 위해 대한민국 제조업 르네상스의 대장정을 준비하려고 한다.”
-의정 활동 중 지역구를 위해 했던 일이 있다면.
“작년에 ‘구미형 일자리’를 성사시켰다. 구미형 일자리 사업 아이템은 이차전지다. 미래 산업으로 가는 길목인 전기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양극제 공장을 LG화학의 직접투자로 이끌어냈다. 또 구미공단을 스마트산단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구미에는 LIG넥스원, 한화, 한화시스템 등 국내 방위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기업 3곳을 비롯해 방위산업과 관련한 중소기업이 100여 곳에 달한다. 금오공대 ICT융합기술원은 교육부와 과기정통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방위산업혁신클러스터와 강소연구개발특구 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앞으로 5년 이내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험지출마, 비례대표 1번이 감당할 의무…재선만을 위해 살지 않겠다”
‘교육전문가’로 잘 알려진 박경미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대위 대표에 의해 영입돼 ‘비례대표 1번’ 후보로 당선됐다. ‘수학비타민 플러스’, ‘박경미의 수학N’, ‘박경미의 수학콘서트’ 등 수학 관련 베스트셀러 저자로 가장 유명하다.
박 의원은 지난달 26일 1차 경선에서 김기영 변호사(전 서초을지역위원장), 최은상 세무사(전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와 맞붙어 승리하면서, 14대 총선부터 24년 넘게 보수 정당이 독점하고 있는 ‘서울 최고(最古)의 보수 텃밭’ 서초을에 출마하게 됐다.
그는 지난 3일 기자에게 “험지 출마는 ‘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의무이자 권리”라며 “재선만을 위해 쉬운 곳을 찾아가는 것은 삶의 터전인 서초, 그리고 함께 살아온 가족과 이웃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20대 국회 내 민주당 비례대표 1번이다.
“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들어온 데는 당시 알파고의 충격이 컸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에 들어와 일명 ‘알파고법’이라 불리는 과학수학정보 진흥법을 발의했고, 현재 시행 중에 있다. 전 국민적 관심사인 미세먼지대책 법안도 통과돼 보람을 느낀다.
국회라는 제도권 안에서 법을 개정하고 예산을 반영하는 일도 의미 있었지만, 무엇보다 국민과 함께 문재인 정부를 새운 것이 잊지 못할 기억이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며 보다 더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 여러분의 의견이 제대로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수도권 내 민주당 최고 험지인 서초을 지역에 출마한 이유가 있나.
“처음 서초을을 택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말리는 분들도 적지 않았고 어두운 전망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서초는 우리 아이가 초중고를 졸업한, 27년을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재선만을 위해 쉬운 곳을 찾아가는 것은 삶의 터전인 서초에, 함께 살아온 가족과 이웃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의무이자 권리라고 생각했다.”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피부로 느낀 민심은 어떤가.
“서초는 선거구가 신설된 이래 민주당에서 단 한 번도 국회의원을 배출한 적이 없었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서울 25개 기초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보수정당 소속의 구청장이 당선된 곳이기도 하다. 단순히 그간의 투표결과만 두고 본다면 서초가 민주당에겐 험지 중 험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초을 지역위원장으로 부임한 2018년 7월부터 1년 반 정도의 기간 동안 열심히 지역을 누비며 지역 발전을 위해 힘썼다. 그 결과 지금은 민심이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지금은 많은 분들이 진심을 알아봐주시고 격려와 응원을 해주신다.”
-현재 가장 시급한 정치 현안이 뭐라고 생각하나.
“대한민국의 미래인 교육, 특히 공교육을 바로잡는 것이다. 제가 정치를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의정 활동 중 지역구와 교육을 위해 했던 일이 있다면.
“지역위원장으로 부임하고 1년 반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서초를 위한 지역예산 309억을 확보하는 등 서초구민의 삶을 질 향상과 지역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교육정책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정당을 초월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드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교육정책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정당을 초월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드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또 공교육을 살리려면 교육환경부터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학교의 환경개선에도 관심을 두고 노력하고 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