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설계사 수급 차질 …기존 설계사 의존 상승·매출 영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코로나19로 보험 관련 자격시험이 잇따라 중단·연기되면서, 보험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코로나19의 확산세를 계속 주시하면서 시험 재개를 논의하고 있지만 이달 예정됐던 시험까지 잠정 중단됐다. 특히 최근에는 설계사 시험 재개에 대한 대안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4월 시험 잠정중단…이후 시험 재개 여부 미지수
우선 생명보험협회가 주관하는 시험은 △보험설계사 △변액보험(PBT) △변액보험(CBT) △언더라이터 △종합자산관리사 등으로, 이중 보험설계사등록 자격시험은 지난달부터 잠정중단됐다. 이외 자격시험 중 일부는 5월 이후의 일정이 공지 됐지만,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이마저도 재개될지 불확실한 상태며 중단·연기가 논의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도 사정은 같다. 오는 21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될 예정된 6회차 설계사 시험을 취소했는데,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상황 등을 고려해 별도 협의·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손해보험협회는 우선 5월 자격시험 시행계획을 홈페이지에 공지해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 두 보험협회는 향후 시험 재개 방안에 대한 논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안전 문제가 최우선인 상태"라면서 "다음달 치러질 관련 자격시험에 대해서는 현재 야외에서 시험을 보거나, 응시자간 거리를 늘리는 방법 등 여러 방안들을 협의 중에 있다"고 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무엇보다 코로나19의 확산 현황을 주의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확산세에 따라 향후 자격시험의 방식이 정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설계사 시험 재개 청원글 등장…6600여명 동의 얻어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설계사 시험을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시험 취소의 취지는 이해하나,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현 상황에 대해 지적하고 있었다.
A보험사에서 설계사 자격시험 교육을 받았다는 청원자는 "교육을 받은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시험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면서 "현재 다른 직업이나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다양한 시험 방법을 고려해 줄 것을 촉구했다.
또다른 청원자는 "코로나로 인해 집합시험이 취소됐다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면서도 "집합시험이 문제가 됐다면, 시험이 취소된 2개월간 온라인이나 야외에서 진행하는등 다른 방법을 강구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을텐데, 현 상황은 아무 준비없이 책임 넘기기에만 급급해보인다"고 비판했다. 현재(17일 오후 1시 기준) 두 청원은 각각 4917명, 1786명의 동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 보험 설계사 수급에 차질…"영업 및 매출에 영향 줄 수 있어"
시험에 대한 대책 마련이 미미해지자, 일선 보험사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같은 날 한 보험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보험 관련 자격 시험이 중단되거나 연기될 수록 보험사가 받는 영향도 크다"면서 "보통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를 희망하는 인원을 채용해, 이들을 교육하고 관련 시험 응시를 돕고 있는데, 관련 시험이 대책없이 계속 중단하게 되면 이같은 과정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 시험에 합격한 설계사들은 별 지장이 없겠지만, 보험설계사를 준비하고 있는 인원들은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보험사로서도 설계사 위촉과정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향후 영업에 대한 문제도 생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보험 설계사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존 조직 내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는 관계자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현재 보험업계에서는 신규 보험설계사 유입이 2~3개월째 막혀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보험사 일선 지점에서는 조직 내 활력도(영업력)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규 유입률이 떨어지게 되면, 당연히 기존 설계사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지점은 장기적으로도 매출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날 "계속해서 시험이 연기될 경우, 코로나19 이후 치러질 시험에는 그동안 응시하지 못했던 지원자들이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정비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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