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진영 기자]

국내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17.8% 줄었다.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1.46%로,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 확산시점을 고려했을 때, 코로나19 충격이 1분기 은행 실적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분기 국내은행 이자이익 10조원, 지난해와 비슷…"코로나19 충격은 아직"

금융감독원은 13일 국내 은행 영업실적(잠정) 발표를 통해, 1분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 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00억원(-17.8%)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수은행을 제외한 일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000억원(2%) 증가했다. 이에 반해 특수은행(기업·산업·수출입은행, 농협·수협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1조 4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6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대부분 손익항목(이자이익, 비이자이익, 판관비 등)이 전년 동기와 유사한 수준이나, 대손비용이 3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대손비용은 금융기관이 대출 이후 예상되는 상환 불이행에 대비해 미리 쌓아놓은 금액인 대손충당금, 미사용한도충당금 등을 합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출이 급증함에 따라, 향후 부실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 미리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분기 국내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48%,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6.29%로, 지난해 동기 대비 0.15%p, 1.7%p 각각 하락했다. 전년과 비교해 자산과 자본은 다소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이자이익은 10조 1000억원으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하락했지만, 대출채권 등 운용자산이 증가한 영향 탓이다. 한편, 지난해 1분기부터 순이자마진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으며, 올해 1분기는 1.46%로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비이자이익은 1조 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유가증권관련 이익이 감소(2000억원)하고, 외환·파생상품 관련 이익은 증가(2000억원) 했다. 지난해 1분기 일회성 회계처리 요인을 제외하면, 모든 항목에서 전년 동기 수준을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의 확산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가 1분기 은행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는 실물부문에 큰 충격…장기화 시 은행권도 수익성 악화 불가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 경고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코로나19 관련 은행권의 영향 및 과제'를 통해 "이번 위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감소와 매출급감 등에 따라 실물부문에서 발생하는 유동성 위기"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 19가 장기화 될 경우 실물부문에서 위기가 금융부문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영업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 이들에게 공급된 대출자산의 부실로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또한 부실자산이 증가하고, 펀드·보험상품 판매가 위축되면 은행의 수익성도 함께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면,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5bp 내외로 하락할 것이고, 이로 인해 은행권의 이자이익 감소분은 1조 40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인하했다. 통상 기준금리를 내리면 은행의 순이자마진도 감소한다. 올해 1분기 순이자마진이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인 것이 그 방증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권 부실위기에 대비해 은행권이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금융지원을 해야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전반적인 경제시스템 붕괴를 예방하기 위해 중소·중견 제조업의 흑자도산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은행권은 현재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대출만기연장, 이자·수수료 감면, 신규 대출 등 다양한 형태로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대기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 사태와 같은 비상상황에서 은행이 집행하는 금융지원으로 인한 손실발생에 대해서는 일정 기준하에서 은행이나 담당직원 면책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은행의 유동성과 자산건전성 규제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