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미래통합당이 호남과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이틀 앞둔 16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이유를 막론하고 다시 한 번 5·18 희생자와 유가족, 상심하셨던 모든 국민 여러분께 매우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며 “5·18을 기리는 국민 보통의 시선과 마음가짐에 눈높이를 맞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17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5·18 역사의 진실은 시간이 지나도 꼭 밝히려는 노력을 우리 미래통합당도 해야 한다”며 “통합당이 5·18 왜곡·비난에 단호한 조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 21대 국회가 시작하기 전이라도 진심을 담아 그런 부분에 사죄를 드리고, 21대 국회가 시작하면 그런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합당 모든 당원들의 생각이 같은 것은 아니었다. 주 원내대표와 유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통합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들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줄을 이었다. 두 사람을 ‘좌파’로 규정하며 “더불어민주당으로 가라”는 비판이 잇따랐고, “통합당은 ‘무늬만 우파’인 정치인들을 버리고 ‘진짜 보수’로 가야한다는 주장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홍준표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을 이끌던 시절, 한국당 당사에는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었다.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뿌리가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임을 천명함과 동시에, 한국당도 이들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5·18을 부정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선 ‘민주화 투사’였던 YS는 그 스스로가 1983년 5·18 3주년을 맞아 23일 간의 단식 투쟁을 벌였을 정도로 광주민주화운동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정치인이다. 대통령 자리에 오른 후에는 5·18을 기념일로 제정하고 민주묘지와 기념공원을 조성했으며, 유죄판결 시민에 대한 전과기록 말소 계획 등을 담은 ‘5·18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 시기적으로 5·18과의 관련성이 거의 없다. 그나마 이견이 있을 만한 인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통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화려한 휴가>를 관람한 뒤 “5·18은 민주화운동”이라며 “민주화를 위한 희생이었다”고 선언한 바 있다.
또 “(영화를 보면서) 27년 전 광주시민이 겪은 아픔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며 “그 눈물과 아픔을 제 마음에 깊이 새기겠다. 진정한 민주주의와 선진국을 만들어 광주의 희생에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5월 30일 국방부가 광주시에 보낸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실 확인요청에 대한 회신’이라는 공문에는 “국방부는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보고서 등을 면밀히 검토했으나,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심지어 2013년 6월 13일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TV조선과 채널A에 중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본인이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했음은 물론,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 유관기관에서 내린 처분이 모두 ‘5·18은 민주화운동’임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5·18 이후 보수진영이 배출한 대통령은 노태우, YS,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정도다. 이 가운데 YS는 5·18을 드높이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대통령이었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기념식 참석 여부가 논란이 됐을지언정 5·18이 민주화운동이라는 사실을 부정한 적은 없다. 그렇다면 통합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진짜 보수’란 대체 누구를 일컫는 것인지 궁금하다. 설마 전두환·노태우를 따르는 것이 ‘진짜 보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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